딸에게 책을 읽지 못하게 한 어머니
딸에게 책을 읽지 못하게 한 어머니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27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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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이런 일이]<여자와 책> 슈테판 볼만 지음 | 유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독서는 내 삶의 행복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여러 사람이 하는 말이다. 독서가 이처럼 행복한 이유에 대해 페미니스트이자 작가인 재닛 윈터슨은 말했다. “책은 나를 예전의 나로 돌아가게 하지 않는다. 책은 나를 새롭게 정의한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의 작가 슈테판 볼만이 신간 <여자와 책>(알에이치코리아. 2015)에서 ‘책에 미친 여자들의 세계사’를 들려준다. 18세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300년간 여자들의 독서문화에 대해 알 수 있다.

1897년 열아홉 살의 버지니아 울프는 오빠 토비에게 말했다. ”난 시커멓게 될 때까지 책을 읽고 싶어.“ 토비는 당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반면 버지니아는 집에서 '아버지의 서재에 파묻혀 책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버지니아가 책을 그토록 좋아했음에도 학교에 갈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보다 50년 전 시인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은 이렇게 노래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 새벽의 어스름 속, 베개 아래서 / 태양이 책 읽기를 허락해주기 한 시간 전! / 아 나의 책들이여, 오 나의 사랑이여!” (p.6)

또한 19세기 초 제인 오스틴이 쓴 소설 속에서 한 남자는 “나는 소설을 전혀 읽지 않아. 난 더 나은 할 일이 있거든.” 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그 남자를 폄하한 문장이었다. 오스틴은 소설의 등장인물 중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만 좋게 묘사했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여자였다.

이어 독일 최초의 여류 시인인 안나 루이지아 카르슈는 척박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녀는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고요한 서양말오줌나무 그늘 아래 책들을 숨겨놓고, 때때로 살금살금 그리로 내려가 영혼에 먹이를 주었다.”

책에 따르면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책을 읽지 못하게 했다. 명목은 책을 읽으면 머리가 어떻게 될까봐 걱정된다는 것이었지만 속으로는 딸에게 집안일을 시킬 심산이었다. 1730년경이었다.

이후 300년간 책 읽는 여성은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 여자들은 소설을 가장 좋아하고 그 다음으로 전기류를 좋아한다. 즉 픽션이든 아니든 삶을 다룬 책을 좋아한다. 여자들은 살기위해 책을 읽고 삶을 견디기 위해 책을 읽는다. 삶에 지친 여성들이여, 우리 이제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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