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포토] 신현림 일까...사연많은 책 표지 속 여인
[북포토] 신현림 일까...사연많은 책 표지 속 여인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25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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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신현림 지음 | 서해문집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시와 사진으로 사랑을 받아온 신현림 작가가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서해문집. 2016)를 썼다. 그녀의 젊은 날에 깊은 인상을 남겨준 시와 그림들을 소개한다.

책 서문에서 그녀는 말한다. “시와 그림은 내게 더 없는 생의 신비를 보여주었다. 건조한 내 일상을 물기 머금은 꽃처럼 매끄럽게, 나무뿌리처럼 단단하게 붙들어 주었다. 두려움과 불안이 닥쳐왔을 때 쓰러지지 않게 일으켜 세운 것도 그림과 시였다.”

표지 그림은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듯하다.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눈이 보이지 않는 얼굴. 그 모습은 흡사 신 작가를 닮았다. 푸른색의 피부가 다소 불안한 느낌을 준다. 그간 신 작가는 시도 쓰고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서양화가 지망생이었지만 미대에 낙방했다고 전해진다. 시인이 되고나서도 미술에 대한 그리움이 여전했던 듯 싶다.

아래는 쇠라의 그림 ‘서커스’와 함께 김사인의 시 ‘화양연화’를 전하는 그녀의 설명이다.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 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 주지 않지 어느 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 주지 않지.

누구에게나 화양연화의 시간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 그 순간들을 지나 보낸 후 비로소 깨닫는다. 생은 정말 속절없음을.

김사인 시인의 시 역시 우리에게 일러준다. 시간은 나이를 먹을수록 섬광처럼 흘러 우리도 앞선 사람들처럼 눈멀고 귀 먹는 때 오니, 지금을 잘 살펴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라고. 푸른 잎사귀 같은 시간들이 바람에 흔들려 내는 싱그런 소리를 마음 가득 담아 본다. 시간의 색이 짙어질수록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기를.” (p.79~p.80)

이 밖에 젊은 나이에 요절한 판화가 오윤의 그림에 그의 친구 정희성이 쓴 시 ‘판화가 오윤을 생각하며’를 보여준다.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와 함께 ‘다시 느티나무가’라는 시를 설명하기도 한다. 작가의 청춘을 사로잡은 그림들이 우리의 시인들과 만나 잔잔한 감동을 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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