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뇌관에 해당하는 부분은 눈감고 지엽적 문제에 매달린 대출규제 방안을 지방에 늦게 실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인다.
정부는 14일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로 가계대출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내놨다. 돈 빌리는 사람의 상환능력 내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적용 대상을 가리고 시행시기를 늦춰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에 대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대출 총량보다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며 ”다양한 예외를 둬 대출 절벽이나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가 가계부채 구조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지방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을 총선 이후인 내년 5월로 연기한 것에 대해 정치적 판단에 우선한 것이라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있다. 오히려 수도권보다 대출 위험도가 높은 곳은 지방이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에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반면 지방의 주택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전국 307개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대구·경북권이다. 다음으로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은 곳은 충청권이다. 반면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향후 2~3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은행 관계자는 "그나마 늦게라도 가계 부채 대책에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7월부터 예고한 정책인데 두 세 달 시차를 둔다고 지방 시장이 달라질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괜한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불리는 집단대출과 개인사업자가 받는 주담대 대출이 규제 대상서 빠진 것도 논란이다. 금융위는 해당 대출이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성격이 다르고 금융이용을 갑자기 제한하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대상서 뺐다.
긍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 B은행 관계자는 "종합적인 것을 고려해 나온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돼 장기적으로 보면 금융과 가계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집을 장만하려는 실수요자라면 미 금리 인상에 맞춰 고정금리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고 조언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부동산 시장과 경기 부양 등을 두루 살펴 고심 끝에 나온 정책으로 보인다"며 "가계 대출의 질이 개선돼 부채 증가세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는 데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담보 중심의 비정상적이었던 대출 관행이 상환능력 중심의 정상적 관행으로 바뀌어 은행과 소비자 모두 부채 리스크를 줄일 수 잇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방안이 가계 빚을 유발하는 요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해 부채 속도를 늦추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도 "가계부채를 유발하는 이유와 가계부채 뇌관이 쏙 빠진 방안으로 부동산 살리기를 위한 정책에 방점이 찍힌 것 같다"며 "금융위가 오락가락하느라 시장에 정확한 사인을 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행 문턱이 높아 서민들이 2금융권으로 밀려날 것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깐깐한 소득심사로 은행에서 밀려날 서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가계 부채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며 가계 부채정책을 책임 질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절실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