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 이사회 새 옷 입나…이복현 "CEO 3연임 논란 자체 없어지길"
은행지주 이사회 새 옷 입나…이복현 "CEO 3연임 논란 자체 없어지길"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12.12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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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CEO 선임의 투명성과 공정성·이사회 책임 권한 강조
금감원,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12일 은행연합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정례 간담회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30개 원칙을 담은 금융감독원의 모범관행 최종안이 마침내 발표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모범관행의 핵심을 "첫 번째는 CEO(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공정성, 두 번째는 이사회의 책임 권한의 강화"로 요약했다. 

지배구조 모범 관행은 이른바 '주인(대주주) 없는 회사'로 불리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 특성에서 출발한다. 지배와 소유가 분산돼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 없이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면 대리인인 CEO가 실질적 지배력을 독점할 수 있다. 

금감원 역시 이날 보도자료에서 '대리인 문제'를 명시했다. 지난 1년 임기가 만료된 모든 금융지주 회장은 연임에 실패했으나, '깜깜이' 선임과정이나 '황제 연임' 등이 꾸준히 지적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날 이 원장은 "모범관행 등의 원칙들이 작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임 자체에 대한 논란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내지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 핵심원칙 30개 모범안, 정신 구현 과제로   

금감원은 12일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국제기준과 글로벌 금융회사 사례, 국내 은행 운영실태를 조사·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은행권, 연구기관 등과 TF(태스크포스) 논의를 거쳐 마련한 '은행지주·은행(이하 은행) 지배구조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했다. 

모범관행은 ▲사외이사 지원체계 구축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개선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및 독립성 확보 ▲사외이사 평가체계 강화 등 4개 부문에서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위한 30개의 핵심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모범안'이기에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감원은 각 금융그룹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마련한 로드맵 작성을 요청하고 점검할 계획이다. 올해 경영계획이 작성되고 내년도 주주총회가 진행되면서 향후 일정 기간은 당국과 회사 간 소통과 점검이 예상된다. 

이 원장은 이날 은행지주 이사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모범관행에 담겨 있는 정신을 하루 이틀 만에 바로 구현하긴 어려울 것"라면서도 "강제성 있는 구성 등 다양한 고민을 했지만 각 회사 내지는 금융그룹의 사정에 맞게 각자가 마련해 주실 걸로 저희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CEO 선임 문서화 해 투명하게 진행  

우선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승계 절차 운영을 위해 CEO 선임 관련 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를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문서화 해야 한다는 원칙이 제시됐다. 

금감원은 상당수 은행이 승계절차 개시시점과 평가기준, 후보군 압축방식 등 중요사항을 문서화하지 않고 있어 선임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아예 규정이 없거나 임기만료 두 달 전, 주총 통지 30일 전 등 임박하게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감원이 국내 8개 은행지주 CEO 선임·연임 사례를 살펴본 결과 승계 절차 개시 후 최종후보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45일에 불과했다. 경영승계 1~2년 전에 유력후보를 선별하고 다면적 평가·검증을 거치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미흡하다고 지적되는 대목이다. 

은행지주ᆞ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best practice) 최종안 일부(2023.12.12). 자료=금감원

이에 따라 모범관행은 경영승계절차가 촉박하게 진행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최소 임기만료 3개월 전으로 경영승계절차 개시 시점을 명문화 하도록 한다. 현재 다수 은행이 운영중인 임기만료 2개월 전 등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에서다. 

CEO 선임 시 외부 후보를 후보군에 포함하는 경우, 자격요건과 추천 경로 및 절차, 평가 방법이나 시기 등에서 "불공평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도 담겼다. 

■ 재조명된 부회장 제도 속 '들러리' 우려 

이날 간담회 백브리핑에서 이 원장은 이사회 의장들에게 부회장 제도와 관련한 우려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부회장 제도가 과거 특정 회장이 사실상 셀프 연임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진일보된 제도인 것은 맞고 존중하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말씀은 드렸지만 폐쇄적 운영으로 인해 신인발탁, 외부 경쟁자 차단 등의 부작용도 있다는 점 등 우려를 전달했고 공감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현재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DGB금융지주 경영승계 절차에 이번 모범관행이 어떤 기준으로 적용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앞서 부회장 제도에 비춰보면 현직 회장, 행장 등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닌가라는 형태로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것들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또 모범관행은 은행장 선임과 관련해선 금융지주가 자회사인 은행장 선임에 관여할 경우에도 법상 기구인 은행 임원추천위원회의 역할을 충분히 보장해야 하도록 했는데 그 실효성과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이에 이 원장은 "(지주) 회장들이 행사하는 적절한 형태의 규정에 맞는 인사는 당국이 이래라 저래할 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다만 은행이나 다른 보험, 증권 등 타 자회사의 이사회가 회장 등이 희망하는 후보군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고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개최한 금융위원장·금감원장-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차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금융지원대책방안 강구에 대해 당부했다. 사진=금융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개최한 금융위원장·금감원장-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차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금융지원대책방안 강구에 대해 당부했다. 사진=금융위

■ 모범관행에 임기 원칙이 빠진 이유는? 

다음은 이번 모범관행에 금융지주 회장 등 CEO의 임기와 관련해서는 빠져 있는데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이 원장의 답변이다.  

"거듭 말씀드린 것처럼 경영 능력과 어떤 비전이 입증된 경영진이라면 연임이 아니라 3연임이라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고 사실 거꾸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 일부 금융지주 등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회장이 사실상 모든 자회사의 임원들을 선임하고 그 과정에서 경쟁이 될 수 있는 후보군들을 제거한다든가 하는 오해 내지는 그런 걱정이 있었던 경우도 있고, 또 심지어는 사외이사 구성과 관련, 회장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해 사실상 한 번 선임이 되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견제받지 않고 할 수 있다라는 시각들이 있어 이런 발표를 한 것이다. 모범관행에 있는 또는 지배구조법개정안에 있는 원칙들이 작동을 하게 되면 그런 점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연임 자체에 대한 논란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내지는 바람이 있다" 

■ 이사회 기능 도마, 선진국과 비교해보니   

아울러 이사화 구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사회는 집단적으로 은행 규모, 복잡성, 리스크 프로파일에 상응하는 집합적 정합성을 확보하고 이를 위해 Board Skill Matrix를 작성해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시 활용하는 원칙이 제시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행 국내 은행권 사외이사의 직군은 학계 출신 인사의 비중이 37%로 가장 높고 금융계 22%, 관료 12%, 비금융계 11% 순으로 구성됐다. 특히 일부 은행은 50% 이상, 최대 75% 비중으로 학계 편중이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사례를 보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이사회는 사외이사가 대부분 업계 경력자로 구성되고 학계 출신은 일부다.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이사 중 64%가 CEO 레벨 경력자고, 미S&P 500 기업들은 작년 신규 선임 이사 중 전 현직 CEO 비중이 25.1%, 기업 출신도 19.7%, CFO는 11.1%, 학계는 4.3%에 그쳤다. 

최근 강조되는 젠더 다양성도 선진국 금융회사 대비 미흡했다. 올해 기준 이사회의 여성 이사비율은 씨티(CITI)가 53.8%, 웰스파고 38.5%, BoA 35.7% 등이지만, 국내 은행은 여성이사 비중이 12%, 여성 이사가 없는 은행도 8개에 달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또 사외이사 1인의 소관 위원회도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됐다. 국내 은행의 이사 수는 평균 7~9명으로, CITI 13명, BoA 14명, 웰스파고 13명 등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기에 모범관행은 은행별로 적정 수의 이사를 확보하도록 했다. 

한편 이 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가 미흡하다는 점에 대해선 "인터넷은행은 취지에 맞춰 사실상 대주주에 해당하는 분들이 있다 보니, 사외이사 제도 운영 정신의 취지는 같이 적용할 수 있겠지만 일률적 비교는 조금 다를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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