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제재보다 예방…C-레벨 내부통제 책임 사전 구분
금융사고 제재보다 예방…C-레벨 내부통제 책임 사전 구분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6.2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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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
영국·싱가포르 등 규제 방식 참고
책무구조도 작성과 관리의무 마련
CEO 책임은 '시스템적 문제'시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개최한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금융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개최한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금융위)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앞으로 금융회사는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영역을 사전에 구분·확정해야 한다.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책임도 현행보다 일정 수준 강화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통제·관리가 소홀한 임원 제재를 받지만 그 역할에 충실한 임원은 금융사고가 나도 면책이 가능해지는 방향이다.   

■ 책임은 하부 위임 안돼 원칙 구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열고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내부통제는 회사가 직면한 제반 위험의 관리를 위해 스스로 마련한, 임직원이 준수하는 일련의 절차를 지칭한다. 

이번 개선안은 펀드 불완전판매, 대규모 횡령 등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응해 금융권의 책임경영 확산을 위해 추진되어 온 국정과제다. 작년 8월부터 약 10개월에 걸쳐 학계·법조계 등의 전문가들과 금융회사들의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개선안은 책무구조도에서 출발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➊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➋책무를 ➌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로 이번에 처음 도입된다. 경영진이 실제 업무수행 권한을 하급자에게 위임하는 경우에도, 위임된 업무에 대한 통제·관리 책임은 위임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구현하는 취지가 담겼다. 

임원의 범위는 지배구조법상 임원인 이사·감사·업무집행책임자 등 통상 C-레벨이 해당된다. 대형은행 기준으로 통상 20∼30명 수준이다. 단 이사회 의장이 아닌 사외이사는 상근직이 아니므로 적용대상에서 우선 제외한다. 이사회 의장도 상법상 감시의무 범위로 책임영역을 한정한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각 임원이 자신의 책임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여부 및 기준의 작동여부 등을 상시점검 하는 식이다. 

책무의 예시는 경영관리, 위험관리, 영업부문 등 업무영역을 향후 개정될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령에서 열거할 예정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A~Z까지 26개의 지정책무와 지급, 청산·결제, 투자관리, 금융·투자자문 등 총 27개 총괄책무를 두고 있다는 점이 예시적으로 제시됐다.  

책무구조도는 CEO(대표이사)가 작성해야 하며,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한다. 작성된 책무구조도는 금융당국에 제출(주요사항 변경 시 감독당국에 제출 포함)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책무구조도의 적정성 여부를 사전 승인받을 필요는 없지만 필요시 금융당국의 시정 요구는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CEO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단 전반적인 임원 통제활동의 적정성 점검 등에 대해 책임을 갖지만 모든 세세한 개별 통제행위에 대해서까지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또 개정안은 CEO가 회사 내에서 조직적, 장기간 반복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적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자료=금융위)

■ 법집행도 투명성·일관성 제고키로 

개선안은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할도 명확히했다. 책무구조도상 개별 임원은 소관 영역별로 구체적인 관리조치를 취하며, 이사회는 내부통제체계를 감시한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에 관한 심의・의결사항을 추가하고,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케하는 등 상법상 이사의 내부통제 감시의무를 구체화한다. 

제제와 면책기준도 담겼다.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미실행하거나 불충분한 관리를 한 임원에게는 신분제재를 부과하지만, 금융사고 발생 시에도 사전적으로, 객관적으로 예측가능한 정도의 관리조치를 취했는지 '상당한 주의' 판단해 내부통제 관리조치를 할 경우엔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금융당국이 관리의무 위반여부를 점검해 임원에 책임을 묻는 상황을 미리 정해 공개(금융위 고시)함으로써 법집행의 투명성·일관성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사고발생 시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까지 다룰지 여부를 결정하는 '내부통제 책임규명 절차로의 이행 trigger(트리거)' 기준을 설정한다. 

(자료=금융위)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편의 방점이 금융회사 임원 제재가 아닌 금융사고 예방에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개선의 핵심은 임원이 스스로 내부통제를 더욱 충실히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며, 이는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 주요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던 규제방식으로서 우리나라 내부통제 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당국은 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금융사지배구조법 등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은행과 금융지주는 공포 후 1년(1단계), 대형·종합금융투자회사와 대형보험회사는 공포 후 1년 6개월(2단계) 등 업권별로 시행 시기를 달리해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내부통제 제도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제도변화가 아닌 조직 전체 구성원의 인식과 가치관을 바꿈으로써 실질적인 행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은 결국 최고경영진의 의지와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책무구조도 작성, 관리의무 이행 등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금융업권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한편, 경영진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을 적극 인정하고 검사 및 제재의 예측가능성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자료=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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