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조정, 우리기업 타격 불가피…"정부 대응 촉구"
탄소국경조정, 우리기업 타격 불가피…"정부 대응 촉구"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07.2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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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EU '탄소국경조정' 도입 분석
3년간 철강 수입액만 평균 20억달러
수입업체 추가 비용 3390억 예상돼…전가 불 보듯
"新보호무역주의"…국제통상법상 문제도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 도입을 구체화하면서 국내 철강 기업을 비롯한 EU 수출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14일 탄소국경조정(CBAM) 도입을 발표했다. CBAM은 EU가 탄소 누출 방지를 명분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역외 생산 제품의 탄소 배출량 책임을 수입업자에 물린다. 수입업자는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 철강업체 타격 불 보듯…"수입업자 비용 고스란히 전가"

유럽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9년 12월 '유럽 그린딜'을 내놨다.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에너지 탈탄소화 ▲산업 육성과 순환 경제 구축 ▲운송·건축 에너지 효율성 강화 ▲식품 안전·생물 다양성 보호 등을 제시했다. EU는 당시 탄소배출권거래제와 함께 탄소국경조정 도입을 예고했다.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등 5가지다. 2026년부터는 품목을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 제외 국가는 유럽 경제 공동체를 포함한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거나, 이를 적용한 국가다. 제조업자가 수입품의 원산지 국가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값을 지불한 경우에는 수업업자가 이에 따른 금액을 감면받을 수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오는 2023년부터 CBAM 적용 품목을 EU로 수입하는 업체는 연간 수입량에 따라 CBAM 인증서를 사들여야 한다.

전경련은 EU의 이 같은 조치가 국내 기업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먼저 수입업자가 직접 CBAM 인증서를 구매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다. 전경련은 수출업자에 직접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수입업체가 단가 인하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 기업의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이 같은 결과로 역내 경쟁 업체 등에 비해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게 되면, 수출 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업종에서 수출 단가 인하 압박, 수출량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에서 EU 국가로 수출하고 있는 품목 가운데 규제 대상 품목인 철강은 최근 3년간 수출액 평균이 20억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알루미늄도 1억6000만달러 가량을 수출했다. 두 품목의 수출 물량 합계는 281만5000톤에 이른다.

이처럼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철강에 감면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수입업자가 CBAM 인증서를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최대 339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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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행정적 부담도 발생한다. 수입업자가 고유번호, 수입량, 원산지 등을 신고 시 빠짐없이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 업체 입장에서는 종전에 없던 수천억원 규모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당국에 수입 품목 관련 정보를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추가되는 셈이다.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에 수입업자의 금전·행정적 부담 가중은 한국산 제품 수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경련의 분석이다.

■ 또다른 보호무역주의 우려…"외교 노력 필요할 때"

전경련은 이와 함께 이번 조치가 탄소 저감을 명분으로 한 '신보호무역주'의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도 판단했다.

특히 전경련은 EU의 CBAM은 '내국민대우 원칙'(GATT 3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종제품에 대해 원산지를 근거로 수입품과 생산품 간 차별적인 조치(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가별 배출권 거래제 등에 차이가 있지만, 동종제품을 차별 취급하는 것은 불공정이라는 설명이다.

내국민대우 원칙은 GATT 제3조에 규정된 원칙이다. 외국산 물품이라도 일단 수입이 완료된 후에는 자국산 물품과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수입품과 국산품이 동종물품인 경우 ▲국내 상품보다 수입품에 높은 내국세 기타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내국세 기타 각종 요금 등의 차별, 정부 규제에 있어서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대원칙이다.

이와 함께 인증서 구매 대금 등에 상응한 수출 단가 인하 압박이나, 우리 기업 수출 물량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수량 제한 철폐 원칙'(GATT 11조) 위배 소지도 있다.

전경련은 우리 정부가 미국, 중국, 일본 등 관련국과 EU에 공동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우리나라의 CBAM 적용 제외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U가 탄소배출권거래제 등 EU와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나라에는 이를 제외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앞서 EU는 EU와 같은 탄소 가격 적용국은 CBAM 적용을 제외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EU와 유사한 배출권 거래제(탄소 가격 의무적‧공적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언급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 韓·EU 모두 배출권 거래제에서 유상할당 비율의 단계적 확대를 예정하고 있는 만큼, CBAM 면제국에 한국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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