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에 '3조' 썼다…바뀌는 기업 문화
ESG 경영에 '3조' 썼다…바뀌는 기업 문화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1.30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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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회 공헌 지출액, 2009년 이후 최대
아동·청소년 신규 프로그램 가장 많아
현대자동차그룹의 페트라 세계문화유산 보존 활동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 1985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페트라’는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조명받는 고대 유적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매년 100만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이곳의 보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유적지 내 무료 와이파이 설치, 관광 안내판 개선, 옥외광고 설치, 관광 안내 앱 개발은 물론, 친환경 전기버스를 활용한 관광 루트 개발과 관련 인프라도 구축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유엔개발계획(UNDP)과 손잡고 교통·주거·환경 등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for Tomorrow'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SK하이닉스는 소방 안전 문화에 기여하고 있다. 화재 취약 계층에 소화기·단독 경보기·표식물 등의 물품 지원과 함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안전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 소방서와 연계해 소방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실버프렌드 사업 (ICT 노인 돌봄)’과 소방청의 ‘안전한 어르신 행복한 사회’ 정책을 연계 지원하고 있다. SK그룹은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재생에너지 100%)’에 가입하면서 최태원 회장이 핵심 성장 전략으로 꼽는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 지출액이 3조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쓰고 있는 모양새다. 임직원들도 성과와 연계하기보다는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일 발표한 ‘2020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20개 주요 기업의 사회 공헌 지출액은 2조99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대비 14.8% 증가한 수준이다. 1개 기업이 평균 136억원을 사회 공헌 비용으로 사용한 셈이다.

분야별 사회 공헌 지출 비율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분야별 사회 공헌 지출 비율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34개 기업은 세전 이익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사회 공헌 활동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업의 세전 이익 대비 사회 공헌 지출액 비율은 4.0%로 2009년(4.8%)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매출액에서 사회 공헌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0.2%로 2011년(0.26%)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들이 실적 부진의 상황에서도 사회 공헌 지출을 늘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쳤다”고 분석했다.

■ 사회 공헌 프로그램의 변화…'지역 사회 기여' 만족도 1위

최근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 특징은 ‘New 5W1H’다. 전경련은 24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사회 공헌의 주체·시기·대상·내용·방법·목적 등이 전통적 사회 공헌 프로그램과 달리 다양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임직원이 직접 기획하는 프로그램의 증가 ▲임직원 참여도를 높이도록 근무 시간을 활용 ▲집에서 가족과 여가를 보내며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중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또 단순 현물 기부를 넘어 비결 전수 등과 같은 무형적 가치를 나누는 방식 역시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이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사례도 늘었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신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은 총 97개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아동·청소년 관련 프로그램이 전체의 33.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장애인(12.9%), 환경(10.8%), 지역 사회(10.8%), 청년(7.9%), 노인(5.8%), 다문화 가정(5.8%), 여성(4.3%), 퇴직자·중장년(2.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은 “환경·지역 사회·일자리 등 사회 전반에 고루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설치됐다”며 “단순 기부처럼 일회성 지원이 아닌, 임직원 참여형·인프라 활용 프로그램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임직원들은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할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가장 두드러졌다. 배점별로 만족도를 살펴본 결과, 지역 사회 기여(4.5점), 기업 이미지 개선(4.1점), 임직원 만족도 증가(4.1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재무적 성과 연계'는 3.4점으로 가장 낮았다.

기업들은 이 외에도 ‘협력사와의 동반성장(23.9%)’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로 꼽았다. ‘생산활동 내 친환경 가치 실현(20.9%)’과 ‘준법경영 강화(20.9%)’ 등에도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이들 기업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공정거래 투명성 확보 ▲협력사 경쟁력 강화 지원 ▲유동성 지원 ▲소통 활성화 ▲동반 사회 공헌 활동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기업들은 사회 공헌 비용 지출에 있어 단기적 경영 성과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철학과 비전, 그리고 사회적 이슈 여부에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업들의 관심과 노력이 커진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들이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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