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실사' 고수한 현산…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 전철 밟나
'재실사' 고수한 현산…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 전철 밟나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9.03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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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채권단에 12주 재실사를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채권단에 12주 재실사를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12주 재실사' 입장을 고수하면서 인수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세 차례에 걸쳐 대면 협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이 HDC현산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막판 인수전에 청신호가 들어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HDC현산이 다시 한 번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전날 이메일을 통해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하는 입장을 산은 등 채권단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0 팬데믹 등으로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진 만큼,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아시아나 인수 문제를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인 자리에서 이 회장은 채권단이 HDC현산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전환사채를 자본으로 유지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채권단이 이미 거절한 12주 재실사를 HDC현산이 다시 꺼내 들면서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이 결렬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매각 당사자인 금호산업이 이르면 주중 계약해지 통보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산이 이메일로 최종 답을 보냈다고 보고 있다"며 "추가 액션이 더 나오지 않는 이상 방향은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HDC현산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산은은 지난달 3일 현산의 재실사 제안을 일축하면서 현산 측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인수 무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거래가 최종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간다.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 문제 검토에 돌입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장기적으로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로 장기간 이어지는 항공업 불황으로 대체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과거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 그룹의 인수 포기 이후 산은이 지분 56%를 보유해 회사를 관리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나서면서 현재 유럽연합(EU)이 기업결합 심사 중이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 내부 거래 혐의로 금호산업 152억원, 금호고속 85억원, 아시아나항공 82억원 등 총 320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박삼구 전 회장과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 등도 검찰에 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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