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HDC현산 재실사 요구 거절…인수 무산에 무게
산은, HDC현산 재실사 요구 거절…인수 무산에 무게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8.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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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구를 거절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구를 거절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KDB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구를 거절했다. 거래 종료(딜 클로징) 시점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인수 무산에 한 발 다가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됐을 경우를 가정해 계약 무산의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3일 밝혔다.

이날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신의 성실 원칙에 입각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금호와 산은 측은 하등 잘못한 것이 없다"며 "계약이 무산될 위험과 관련해선 현산 측이 제공한 원인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7주 동안 엄밀한 실사를 한 상황에서 상황 변화가 있다면 있는 것만 점검만 하면 되는데 자꾸 (현산이)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우리가 최대한 협조해 주는 것이 맞다는 취지에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점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계약금 반환 소송과 관련 "현산에서 계약금 반환 소송은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HDC현산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일시적인 어려움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계약을 맺은) 지난 연말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밝게 봤듯, 지금의 먹구름이 걷히고 나면 항공산업의 미래가 어둡지는 않다"며 "코로나 위기라는 불확실성에 매몰되지 않고 항공산업을 긴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도 이날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에 대해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밝히는 등 회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최 부행장은 "금호산업에 따르면 현산이 인수·합병(M&A) 과정 7주간 충분한 실사와 6개월 인수 활동에도 불구, 통상적인 M&A 절차를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M&A를 경험했지만 당사자 면담 자체가 조건인 경우는 처음"이라며 "현산이 계속 기본적인 대면 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인수 진정성에 대한 진전된 행위를 보이지 않는다면 인수 무산이 현재로선 불가피하다"며 사실상 인수 무산을 시사했다.

인수 무산 후 새로운 매수 주체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최 부행장은 "대형 사모투자펀드(PEF)는 투자 적격성 여부에 대한 정부 측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다른 대기업 그룹도 저희가 다 열어놓고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관 간 협의 중이라고 밝혀 아시아나항공이 국영 항공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산은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채권단은 최대주주에 오른다.

시장에서는 과거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8년 한화그룹이 인수를 추진하다가 부실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쳐 포기한 뒤 산은이 지분 56%를 보유해 회사를 관리한 바 있다. 이후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나서면서 현재 EU의 기업결합 심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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