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빅딜’ 첫 관문 통과했어도...노조 반발·결합심사 '변수'
'조선업 빅딜’ 첫 관문 통과했어도...노조 반발·결합심사 '변수'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5.31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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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시간 만에...주총장 변경에, 물적분할안 통과까지"
"빅딜 성사까지 가시밭길 예고...노조 반발·국내외 기업결합심사"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장소로 변경된 울산시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장소로 변경된 울산시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의 강경투쟁 속에서도 조선업계 ‘빅딜’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

31일 현대중공업은 울산대학교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를 법인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하기 위한 첫 단계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뉘게 된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마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 등의 4개 조선 계열사를 거느린 세계 최대 조선사로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에다가 국내외 경쟁당국의 결합심사까지 빅딜을 성사하기까지 넘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 ‘법인분할’ 승인됐지만...주총장 기습변경에 노조는 '무효' 외쳐

이날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법인분할 안건이 99.8%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지만, 노조의 반발은 여전히 변수다.

한때 주주총회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주총장 점거 농성으로 결렬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사측이 주총장을 기습 변경하면서 무사히 진행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의 주총장 변경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예술관에서 주총을 열 예정이었으나, 노조원 2000여명이 건물 입구와 창문을 봉쇄하는 바람에 진입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10시30분경 주총 시간을 11시10분로 미루고, 장소를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주주의 이동 편의를 위해 인근에 버스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울산대는 한마음회관과 직선거리로 15km 안팎 떨어진 곳으로, 자가용을 이용하면 30~40분가량이 소요되는 거리다.

당시 노조원들은 주총 변경 공고가 나오자마자 오토바이를 타고 급히 울산대로 향했으나 이미 주총을 저지하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주총에서 법인분할 안건은 시작된 지 10여분 만에 일사천리로 가결됐다. 이는 불과 2시간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현대중공업 정관에는 임시 주총을 개최할 때는 2주 전 각 주주에게 일시, 장소, 회의 목적을 알리게 돼 있다. 정관대로라면 시간적 여유가 없어 장소를 바꾸지 못한다.

다만, 노조가 주총장을 봉쇄했을 때 회사 측이 당일 장소를 바꿔 개최했더라도 주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변경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하면 적법하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 사례가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한 금속노조는 사측의 주총장 기습변경을 무효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은 “오늘 현대중공업은 당초 개최시간을 이미 경과한 이후에야 당초에 통지한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개최 시각도 최초 통지와 달리 오전 11시 10분으로 변경해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며 "당초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에서 변경된 장소로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주주만을 미리 울산대 체육관에 모아서 의결처리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제 첫 관문 통과했을 뿐...최대 분수령은 ‘해외 기업결합 심사’

이번 법인분할이 주총을 통과했어도 대우조선해양 인수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분할 이후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면 우선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대우조선해양 실사를 마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4월 초부터 대우조선 실사를 시작했는데, 아직 현장실사를 하지 못한 상태다.

가장 큰 관문은 단연 해외 기업결합심사다. 양사의 인수는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중공업 관련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결합 심사를 각각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 최대 조선사의 탄생이 독과점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서 승인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일, 한 곳이라도 인수를 불허하면 인수는 불발된다.

이 절차가 끝나야 비로소 대우조선은 신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과 함께 모두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자회사가 된다.

이날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주총 인사말을 통해 "물적분할은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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