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만드는 백화점, 화장품 파는 패션회사...업종 경계 흐려지는 유통ㆍ제조업계
가구 만드는 백화점, 화장품 파는 패션회사...업종 경계 흐려지는 유통ㆍ제조업계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2.28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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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쟁 심화와 소비자 욕구 다양화로 이종 업종 영역 넘나드는 기업들
우선 투자부터...불분명한 성과에 리스크 압박도...4차 산업혁명 과도기?
유통 제조 업계에 업역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이 자체 브랜드 제품(PB)을 통해 제조 물류까지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업종을 넘어 사업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의류 회사인 한섬은 27일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식품 제조사들은 배송서비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주력 제품을 뛰어넘은 새로운 제품으로 HMR시장에 진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통ㆍ제조 업계에 업역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이 자체 브랜드 제품(PB)을 통해 제조 물류까지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업종을 넘어 사업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의류 회사인 한섬은 27일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식품 제조사들은 배송서비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주력 제품을 뛰어넘은 새로운 제품으로 HMR시장에 진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현대백화점은 건설자재 제조회사, 동원F&B는 물류운송회사가 됐다."

이처럼 제조ㆍ유통업체들의 업역(業域)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 제조업체들이 소비 침체와 트렌드 급변에 따라 불안정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업종간 경계를 초월해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판매업 중심의 유통회사가 직접 상품을 만들고 제조업에 주력하던 기업들이 유통라인에 뛰어들고 있다. 의류제조 회사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등 업황에 따라 주력 상품군을 버리고 전혀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다.

업계와 재계에서는 시장 선점을 위한 사업전환이나 확대가 기업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있다는 우려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조사ㆍ물류회사 된 백화점들  

28일 롯데백화점이 경쟁과열, 독과점 규제에 따라 두 점포의 문을 닫았다. 신세계백화점도 인천터미널점을 롯데에 넘겨주고도 대체지역을 찾지 못해 기존 점포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출점보다 리뉴얼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 

이에 백화점과 마트들이 유통구조를 바꿔서라도 영업이익을 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자체적으로 제조론칭해 PB상품(private brand products자체상품) 라인을 확대한 점이다. 자체 상품의 경우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진율이 높아 유통업체들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국내 홈퍼니싱 시장이 커지면서 현대H&S와 리바트 합병에 이어 현대L&C(옛 한화L&C)를 사들이면서 가구부터 건축자재까지 직접 생산판매하는 홈퍼니싱 제조회사가 됐다. 현대백화점은 국내 건축장식자재 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27일에는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사인 한섬이 패션업계 부진에 따라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의류업체인 한섬은 다음 달 28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28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규모는 2016년 43조1807억 원에서 2018년 42조4300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대표 의류 기업인 화승의 경우 경영 환경 악화로 1월31일 서울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기도 했다.  

한섬은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로 현대백화점의 유통망을 활용해 뷰티사업을 안착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현대백화점도 자체 브랜드 화장품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7일 자체 브랜드 화장품인 '시코르'를 면세점에 입점시켰다. 자체 유통망인 백화점은 물론 면세점을 통해 글로벌 뷰티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시코르는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2016년 ‘화장품 전문점’이라는 콘셉아래 내놓은 자체브랜드(PB)제품이다. 신세계에 따르면 2017년 5월에 선보인 바디컬렉션 상품은 지난해 14.7% 매출 신장을 기록하는 등 목표치보다 6배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신세계는 일찍이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일찍이 뷰티 시장에 뛰어들어 자체 브랜드 화장품 라인을 제조해왔다. 2012년 2월 주주총회에서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하기로 결정하고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백화점의 주력 상품인 화장품과 의류 잡화의 제품력과 가격경쟁력을 높여 매출 동력으로 삼겠다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전략에 따른 행보다.

롯데백화점은 새벽 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지난달 11일부터 가정식 반찬 판매 업체 ‘라운드 키친7’과 손을 잡고 가정식 반찬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e커머스 시장 점유 확대를 위해 롯데백화점 공식 인터넷몰인 ‘엘롯데’와도 연계해 정기배송 멤버십을 엘롯데에서 결제하면 주문 금액에 따라 적립금이 차감되는 방식으로 결재시스템을 구축했다.

HMR(가정간편식) & 신선배송에 목숨 거는 식음료 제조업체들

유통업계 뿐 아니라 식품 등 제조업체들의 업역 파괴를 통한 경쟁력 제고 움직임도 거세다.  

식품 제조 회사 동원F&B는 지난 13일 자사가 운영하는 식품전문 온라인몰 ‘동원몰’이 새벽배송 서비스 ‘밴드프레시’를 론칭했다고 밝혔다. 밴드프레시는 전날 오후 5시까지 주문한 HMR제품 등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다. 

발효유 전문 기업인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17년 7월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EATS ON)'을 출시한 후 1년 5개월 만(2018년 12월 기준)에 간편식 매출이 270억원을 기록했다. 

제조 라인과 함께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유통 라인을 보유한 한국 야쿠르트는 요구르트와 커피 등의 음료는 물론 차돌박이 순두부찌개, 곤드레밥, 스테이크 등 가정 간편식까지 새벽배송에 추가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발효유를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면서도 최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가정간편식 시장도 함께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장류 생산 전문 업체로 기업을 일궈온 샘표도 즉석 수프 등을 앞세워 HMR 시장에 합류했다.

재계 한 연구원은 "시장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분화되면서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업역을 넘어선 사업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선 뛰어들기는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하는 데 비해 가시적인 실적이 나지 않을 수 있어 리스크도 큰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을 고려한 중장기 산업구조 전망'이라는 연구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이 하나의 메가트렌드화 되면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경우 새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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