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목적, 적대적 M&A 쑥 늘었다
공개매수 목적, 적대적 M&A 쑥 늘었다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12.06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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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시장의 변화는

 

사진=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올 들어 상장법인 주식 공개매수 건수가 18건에 달해 전년비 약 2.6배, 지난 3년 평균보다는 약 2.2배 급증했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국내 주요 사모투자펀드(PEF)를 중심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 목적의 공개매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풀이된다.   

■ 경영권 경쟁 늘면서 지주사 전환 추월한 M&A 목적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약 9개월간 상장법인의 공개매수결과보고서는 총 17건이 제출됐다. 전날부터 시작된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건을 합하면 18건이다. 작년 7건의 약 2.6배에 이르고 2021년 12건과 2020년 6건을 더한 지난 3년의 연 평균 8.3건 대비 약 2.2배로 증가했다.   

공개매수는 공개매수자(공개매수에 나서는 인수주체)가 대상회사의 주주들을 대상으로 특정 기간, 물량, 매수가액을 제시하고, 이에 응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한다고 응모한 주주들의 주식을 장외에서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공개매수 목적은 ▲경영권안정 ▲M&A ▲지주회사요건충족 ▲상장폐지 ▲기타 등 크게 5가지(복수가능)가 제시되는데, 통상 공매매수자와 대상회사와의 관계에서 공개매수 목적을 유추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공개매수신고서, 공개매수설명서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전날 공시된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설명서를 보면 공개매수자의 대상와 관계는 본인이나 최대주주, 계열사가 아닌 기타(제3자 등)이고 공개매수 목적은 M&A가 선택됐다. 제3자에 의한 적대적 M&A에 해당하는 사례다. 

우선 투자자들은 건별로 다른 공개매수 조건에 유의해야 한다고 금융투자업계는 강조한다. 통상 적대적 M&A 성격의 공개매수가 시작되면 대상회사의 주가는 인수단가까지 근접하게 되고, 공개매수자(인수회사)과 대상회사(피인수회사)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시각이 우세하면 인수단가 이상으로 주가가 치솟기도 한다. 

전날도 '형제의 난' 경영권 분쟁 소식에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앤컴퍼니는 가격 제한폭까지 급등한 2만18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24일(22일까지 응모)인데, 시작 당일부터 인수단가 2만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튿날인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약 5% 내린 2만750원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인수가는 소폭 웃돌고 있다. 

다만 MBK파트너스 측은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신고서·설명서에서 이번 공개매수는 최종 응모한 주식수가 공개매수자의 최소 목표수량에 미달하는 경우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는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경영권 분쟁 소식으로 급등한 가격에서 섣불리 매수한 투자자는 공개매수가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 재료 소멸에 따라 주가가 회귀해 손실을 떠안는 일이 가능하다.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설명서(2023.12.05) 일부. 자료=금감원 다트

눈여겨 볼 대목은 올해 18건의 공개매수 목적이다. 국내선 보기 드물었던 M&A 목적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주회사요건충족(6건), 상장폐지(5건), 경영권안정(2곳), 기타(1건)의 순이었다. 기타 1건은 지난 4월 "주가부양 효과, 주주가치 제고" 명목으로 자사주 134만주(총 발행주식수의 5.7%)를 매입한 일산방직 건이었다. 앞서 지난해 공개매수 목적은 상장폐지(5건), 경영권 안정(1건), 기타(1건), 재작년엔 지주회사 요건충족(7건), 경영권 안정(2건), 기타(2건), 상장폐지(1건) 등 지난 2년 사례에서 M&A 목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선 공개매수를 통한 M&A가 거의 없는 편이었지만, 올 들어 부쩍 늘어난 원인으로 시장에선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점이 꼽힌다. 지주회사요건충족 목적도 많은 편이었던 것은 지주회사 양도세 과세 특례가 올해 말로 일몰 예정됨에 따라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기업이 속출했다는 분석이다.       

■ 당정의 의무공개매수제도 부활, 자본시장 선진화 정조준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자가 주권상장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 등을 6개월 이내에 장외에서 10인 이상의 주주로부터 매수 등을 하는 경우에 보유지분이 5% 이상이 되는 경우 공개매수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공매매수 제도는 기업 경영권 경쟁의 공정성 확보와 지배권 안정 도모, M&A 거래 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주주도 향유할 수 있도록 고안된 측면이 있다고 해석된다.   

다만, 현재 국내서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부재하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EU(유럽연합)·영국·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M&A시 일정 비율의 공개매수를 강제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통해 일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97년 처음 도입됐다가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이듬해 1년 만에 폐지됐다. 이후 국내는 주식양수도 방식의 M&A가 많은 가운데 일반주주의 권리가 충분히 보호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작년 12월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의 '국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논의 및 글로벌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의무공개매수제도는 M&A를 목적으로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때 정해진 비율 이상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로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을 막고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는 것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매수하고 남은 주식의 전량 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공개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출자를 억제하는 한편, 지배권 이전 시 일반주주들도 엑시트(자금회수) 기회가 생기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와 공유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 

보고서에서 홍 연구위원은 2016년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의 22.56%의 지분을 매입하며 지배주주에게는 주당 2만3182원을 지급했지만 소액주주에게는 주당 6737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고, 미래에셋증권도 대우증권을 인수 당시 43%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배주주에겐 주당 1만6518원을, 소액주주에게는 7999원에 불과한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IMM PE가 한샘의 지분을 인수할 당시 한샘의 2대 주주인 헤지펀드가 인수과정에서 한샘 지배주주의 지분에 대해서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하고 일반주주의 지분을 매수하지 않아 주주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것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초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한 영국에서는 경영권 방어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대신 일정비율 이상의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 잔여지분에 대해 공개매수할 것을 규정한다. 30% 미만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가 30%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30% 이상 50% 미만의 주식을 보유한 자가 1주라도 추가로 취득하는 경우 잔여주식 전량을 의무공개매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작년 12월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시 일반투자자 보호 방안 세미나'를 열고 의무공개매수제도 부활을 추진키로 했으며, 이어 올해 5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현재 국회서 계류 중인 개정안은 상장사 M&A를 할 때 지분을 25% 이상 확보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관련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월 '자본시장 분야 주요 정책성과 및 하반기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M&A시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고 일반주주가 소외되지 않도록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마련 및 발표한 것을 일례로 설명하고,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이 다수 있는 만큼 입법부의 많은 관심을 기대며 법안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당정이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25년 만에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도입을 추진함에 따라 저평가된 매물에 투자하고 기업 구조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PEF 업계에 큰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PEF 업계에선 의무공개매수제도 부활 취지에 공감한다면도 M&A 시장 위축을 감안한 절충안이 통과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고려대학교 기업지배연구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주최로 열었던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자로 참석해, 당시 의무공개매수 물량을 100%로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을 발표한 김우찬 고려대 교수의 제언 취지에 공감하지만 시장 위축을 고려한 정부안이 현실적인 절충점이라는 생각을 밝히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당시 김 대표는 "저희가 사익편취 목적으로 상장사를 인수하는 건 아니고 시장의 입장에서 가격이 낮은 기업을 시장가격 정도로 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장에서 가격이 낮은 기업은 거버넌스가 나쁘기 때문에 또는 덜 최적화된 비즈니스를 해서, 순간적으로 재무적 상황이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인수에 나설 때) 주주들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얼마나 줬나 어떻게 해석할까를 고민하긴 하는데, 몇 프로다 (정해두고) 계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단, 주가가 적정가격보다 높을 때는 상장사 M&A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공개매수에서 사무취급 업무(주관)를 수행하는 증권사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통해 M&A 자문 확대 등 사업기회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련 부서 관계자는 "공개매수대리인은 수수료 수취 뿐 아니라 국내 증권사만 진행이 가능하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면 상장사 M&A 자문 등의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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