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역전세난에 곳곳 신음...'세입자 모시기'에 열 올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연초부터 서울 전세시장이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탄탄한 수요층에 끄떡없었던 서울 전셋값이 송파 헬리오시티의 입주 후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여기에다가 올해 강동구 대단지 물량까지 예고되면서 강남4구에는 일찌감치 ‘세입자 모시기’를 하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는 서울 강남4구 일부 지역에 물량이 집중되면서 전셋값 하락은 물론이고 역전세난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 서울 아파트 전셋값 ‘후두둑’...입주물량에 맥 못춰
서울 강남권은 전셋값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역전세난’ 현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값 변동률은 –0.1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 이후 12주째 내림세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서울 전셋값은 ‘물량폭탄’을 맞은 강남권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구의 전셋값이 –0.35%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이어 서초구(-0.29%), 송파구(-0.23%), 강남구(-0.22%)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강남4구가 하락폭 상위권을 꿰찬 셈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9.13 부동산대책 이후 정부의 강력한 대출 및 세금 규제에 따른 집값 하락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강남 4구에 대단지 아파트들이 속속 입주에 나서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남 4구에는 매머드급 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오는 4월 입주를 끝마칠 예정이다.
헬리오시티까지 합치면 올해 강남4구의 입주물량은 2만561여가구로 예년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강동구(1만1051가구), 송파구(1만502가구), 강남구(3277가구), 서초구(773가구) 순으로 물량이 많다.
강남 래미안 블레스티지(1957가구)와 ‘디에이치 아너힐즈(1320가구)’, 강동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1900가구)’,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 고덕 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등의 대단지들이 연내 입주를 앞두고 있다.
■ 송파 헬리오시티, 세입자 모시기에 ‘급급’...강동 그라시움 ‘긴장’
강남권에서는 이미 송파구와 강동구를 중심으로 ‘세입자 모시기’ 전쟁이 벌이지고 있다.
입주를 한창 진행 중인 송파 헬리오시티에는 싼 가격의 급전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잔금 납부 시점이 다가왔지만,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집주인들이 급한대로 호가를 낮추며 ‘세입자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작년 3월까지만 하더라도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8억~9억원으로 매매가 15억대의 50~60% 수준이었다. 이후 10월 6억~7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입주가 본격화되며 5억원대까지 값을 내렸다. 4억원대의 급전세까지 등장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가락동 H 중개업소 관계자는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 84㎡가 5억원대까지 내려온 상태”라며 “최근 대출이 꼬여서 입주까지 꼬여버린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동 대장주로 꼽히는 ‘고덕 그라시움’ 역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헬리오시티가 역전세난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서 일찍이 입주지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고덕 그라시움은 입주 9개월 앞두고 벌써 전월세매물이 수 십건 이상 풀린 상태다. 전용 84㎡의 전셋값은 6억원~7억원 수준이다.
고덕동 K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초부터 고덕 내 입주예정 전세물건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기다리는 수요도 있어 아직 전세물건이 잘 나가진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올초 헬리오시티의 물량공세를 시작으로 서울 강남권 전셋값이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입주가 집중되면 전셋값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입주완료 후 전셋값 하락이 다소 진정될 순 있어도 서울 전셋값은 작년 하반기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