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제주 4·3사건 70주년...아픔으로 읽어야 할 책
[추천! 이 책] 제주 4·3사건 70주년...아픔으로 읽어야 할 책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4.03 0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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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허영선 지음 |서해문집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제주 4·3사건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를 기점으로 시작해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무력출동과 진압과정에서 벌어진 대규모 학살사건이다.

4월이면 유채꽃이 만발한 지금의 제주를 생각하면 대학살의 광풍이 일어났다고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사그라진 목숨만 3만여 명이다. 제주 사람 9명 가운데 1명이 죽어갔다. 학살의 배경이 국가 공권력이라는 사실에 이르면 가슴께가 답답해진다.

제주출생 시인 허영선은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서해문집.2014)를 통해 ‘제주 4·3사건’의 발단과 전개부터 섬 도처에서 벌어진 학살의 참혹함과 혼돈의 시간을 생생하게 전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참담한 증언을 바탕으로 시대적 상황도 함께 실었다.

책에 따르면 당시 끔찍한 피해를 본 대상은 특히 아이들과 여성들이었다. 경찰 제복을 입은 자들과 군인들은 아이와 여자도 예외 없이 죽였다. 심지어 만삭의 여인도 철창에 찔렸고 갓난아이마저 총살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젊은 여성은 발가벗겨 모욕적인 고문을 당하거나 희생됐다. 잔혹함은 도를 넘었다.

1948년 12월 14일 새벽 제주읍에 살던 신혼 1년 새댁 전찬순은 진통 중에 4명의 순경이 들이닥쳐 온갖 발길질을 내리받다 피범벅 속에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끝내 후유증을 앓게 된다. 도피자 가족에 대한 학살은 더 참혹했다.

김녕지서 경찰들은 임신 9개월인 여인에게 남편이 숨은 곳을 말하라며 끌고 가 고문하다 끝내 배를 쏘아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스물세 살이었던 오태경의 증언에 따르면 토산리 창고 부근에서 벌어진 총살에서도 76명이 도피자 가족이라 몰려 희생됐다. 그들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총살을 구경하라 했고 손뼉까지 칠 것을 강요했다. 총살 때 아기가 폴폴 기어서 위로 올라오자 아기에게도 총을 쏘았다.

주민 학살극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당시의 제주에서 안전한 곳은 없었다. 산으로 도망한 이들이 숨었던 굴에 불을 놓고 연기를 참다못해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끝내 죽음으로 몰았다. 국가가 정당한 재판이나 절차도 없이 주민을 고문하고 수형자를 살해한 학살이었다.

동족의 살육이 자행되고도 수십 년간 ‘제주 4·3사건’은 금기어였다. 사건 후 30년 만에 침묵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소설 <순이 삼촌>은 불온서로 낙인찍히고 작가는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2003년 10월 31일에서야 정부는 국가권력에 의한 대규모 희생이 이루어졌음을 인정하고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쉽게 읽을 수 없을 책이다. 읽고 나서도 내내 먹먹하고 답답할 책이다. 그렇지만, 역사적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라도 한 번은 읽어내야 할 진혼곡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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