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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이 책] 페미니즘 '이야기'를 시작하다... 소설집 ‘현남오빠에게’

<현남오빠에게> 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지음 | 다산책방 박세리 기자ldadawriting@whitepaper.co.krl승인2017.11.28 09: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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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우리에게는 이제 이야기가 필요하다” 페미니즘 소설이라 당당하게 이름 박은 <현남오빠에게>(다산책방.2017)를 기획한 출판 편집자가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2년 전부터 페미니즘을 도서가 쏟아지며 사회적 ‘담론’과 페미니즘 ‘언어’는 충분하지만 ‘이야기’는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 의도로 국내 여성 소설가 7인이 모여 페미니즘을 테마로 발표한 소설집이다.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쇼코이 미소> 최은영, <오늘처럼 고요히> 김이설 작가와 <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 <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국경 시장> 김성중 작가가 참여했다.

표제작 <현남오빠에게>는 조남주 작가가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작품을 읽기 전 꼭 알아두어야 할 개념이다. 그래야 작품 속 ‘나’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다. 가스라이팅은 지속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 상대방의 마음에 ‘내 생각이 맞는 걸까’ 하는 의심을 심는다. 현실감과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어 지배력을 행사해 결국 상대를 의존형 인간으로 만들어 파국으로 몰아간다는 심리학 용어다. 주로 연인, 가족, 친구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소설 속 ‘나’도 가스라이팅의 피해자 유형이 되어버렸다. 10년 동안 만난 연인 ‘현남오빠’는 어느 순간부터 연인이 아닌 보호자로 또 선생으로 자신을 가르치려 들며 가스라이팅의 지배자 모습에 가까워져갔다. 정체모를 불편함을 느끼던 ‘나’는 결혼 이야기가 나오며 그간의 행동들이 ‘감정 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이에 지난 시간들을 복기하며 긴 시간 동안의 감사와 헤어짐의 이유를 편지에 담아 이별을 전한다는 내용이다.

소설이라는 문학 프레임에 넣은 이야기지만 <82년생 김지영>이 그랬듯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 사항들쯤은 겪었을 법한 일들이 주인공 ‘나’에게 일어난다. 또 김이설의 <경년(更年)>은 아들과 딸을 둔 엄마로서 필요할 때만 여성성이 등장하는 주인공을 그려 여성도 여성 혐오 관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비판했다.

이 밖에 최정화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여성 자신이 자신에게 가하는 압박과 모순 담았고, 손보미의 <이방인>은 주인공에게 여성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그저 ‘사람’이자 한 명의 이방인으로 그렸다. 구병모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여성 살해 역사를 암시하고,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는 출산의 아름다운 우화를 전한다.

페미니즘 소설이라 해서 “싸우자”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아이들에 어떤 모습의 부모가 될지, 주변 소중한 이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될지 진중하게 묻게 될 이야기들이다. 무엇보다 매일 비관과 낙관 사이에서 외줄 타기하는 여성들에게는 성찰의 기회가, 동시에 공감과 위로가 되어줄 터다. 모두가 읽고 서로를 보듬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는 책. 추천.

박세리 기자  dadawriting@white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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