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종종 닦치는 불행도 엄연한 재산'
[책속의 명문장] '종종 닦치는 불행도 엄연한 재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4.25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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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불행은 늘 비껴갔으면 좋겠다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런데 비극적 체험, 불행이 위대한 성과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책읽는고양이.2016)의 저자는 “불행은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불행도 재산이므로 버리지 않고 단단히 간직해둔다면 언젠가 반드시 큰 힘이 되어 나를 구원한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저자는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가정 폭력에 노출된 채 유년 시절을 보냈다. 외동딸이었지만 부모님의 불화는 결국 이혼으로 이어졌고 그의 기억 속에는 단란한 가정은 없었다. 또 선천적 고도근시라는 장애로 폐쇄적인 성향을 지니게 됐다.

매일같이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인생은 비참하고 어둡다’는 이른 깨달음을 남겼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어두운 이면을 체험해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불행과 시련을 겪은 덕분에 별것 아닌 일에 감사함과 고마움을 느끼는 버릇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또 아이러니하지만 그녀의 불운한 유년의 기억은 소설가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세상에는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운명이 마치 강제로 부과라도 되는 듯. 그 가운데 누구는 타락의 길을 선택하지만, 누군가는 운명을 감수하고 불행을 사유재산 삼아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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