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크니 이용하라지만...고령층엔 너무 복잡한 모바일뱅킹
글씨 크니 이용하라지만...고령층엔 너무 복잡한 모바일뱅킹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7.03.02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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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층이 여전히 핀테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사진=픽사베이)

[화이트페이퍼=김시은 기자] 64세인 주부 A씨는 떨어져 사는 아들에게 용돈을 보낼 때 매번 딸에게 부탁해 송금한다. 집과 은행의 거리가 멀어 모바일로 송금을 하고 싶지만 앱을 내려받는 것부터 본인인증까지 거치려니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매달 부탁을 하려니 딸이 바빠 보일 때는 눈치를 보며 부러 조금 기다리다가 부탁을 하기도 한다.

인구 고령화로 은행권이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들이 부수적인 수준에 그쳐 고령층이 여전히 모바일 뱅킹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선보이고 있는 시니어 전용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큰글씨 서비스’에 그친다. 해당 서비스는 노화로 시력이 나빠진 고령고객이 모바일 금융거래 때 불편하지 않도록 글씨 크기를 키워 가독성을 높인 서비스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곁가지일 뿐 고령층의 모바일뱅킹 이용을 높이는 데엔 한계가 있다. 은행이 정작 쉽고 편한 모바일뱅킹을 만드는데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메뉴 글씨 크기를 키우는 물론 버튼도 크게 만들었지만 복잡한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절차 자체가 고령층을 핀테크 금융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

모바일뱅킹에 로그인할 때 공인인증서를 복사해야 하는 절차가 그 예다. PC에서 스마트폰으로 공인인증서를 복사하려면 PC에서 해당은행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몇가지 버튼을 클릭하고 띄워주는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PC나 스마트폰 이용에 서툰 고령층에겐 골치가 아파오는 일이다. 

한국은행의 ‘2016년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6개월 이내에 60대 이상이 6개월 이내 모바일 뱅킹 이용비율은 13.7%에 그쳤다. 30대 모바일 뱅킹 이용비율이 62.1%였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 28일 서울 모 은행 영업점에서 만난 58세 B씨는 “얼마 전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메일로 들어온 카드명세서를 확인하는데 자꾸 뭘 설치하고 인증하라고 해서 한시간이 걸렸다. 모바일뱅킹은 꿈도 못 꿀일”며 “수수료가 아깝긴 하지만 창구를 이용하는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인을 위한 서비스가 기본적인 금융거래에만 치중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송금 분야 외에는 특별히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가 마련돼 있진 않다"고 말했다.

예적금 우대금리를 얻으려면 모바일로 가입하는게 통상적인 일이 됐지만 고령층은 이런 혜택을 누릴 기회조차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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