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감정노동에...실적압박에...'몸살 앓는 은행'
[기자수첩] 감정노동에...실적압박에...'몸살 앓는 은행'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7.02.24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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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도입 전망 성과연봉제 역시 은행원들 큰 부담

[화이트페이퍼=김시은 기자] “영업팀 직원들 가운데 스트레스로 질병을 얻어서 휴직하거나 퇴사하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디스크부터 암까지 병명도 다양해요. 창구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만만찮은 거죠.” 

지난 23일 기자와 만난 은행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다른 부서의 직원들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영업점 직원들의 스트레스 강도가 심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노동권익위원회의 ‘금융산업 감정노동 연구’에 따르면 은행 창구나 콜센터에서 일하는 ‘금융권 감정노동자’ 중 72%가 고객을 응대할 때 ‘나의 감정이 상품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욕설이나 폭언을 경험한 은행 노동자도 절반에 달했다. 신체적 위협이나 물리적 폭력을 경험한 비중은 5.2%, 성희롱, 신체적 접촉을 겪은 비중도 3.47%로 집계됐다.

그러나 대응은 미비하다. 지난해 6월부터 금융권 감정노동자 보호를 의무화한 개정법이 시행돼 금융사는 피해 직원을 고객과 격리하고 치료와 상담을 지원해야한다. 그러나 앞의 서울노동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은행 직원 689명 가운데 단 5%(35명)만이 이 제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각종 ‘실적 압박’도 스트레스다. 과거에는 대출, 예적금 가입자를 유치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렸다면 최근에는 은행 앱, 금융지주 통합멤버십 가입자 유치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3년차 은행원 A씨는 “분기별로 채워야 하는 ISA계좌나 통합멤버십 가입자 할당량이 있다”며 “친인척과 동창생 찬스는 이미 다 떠서 더 권유할 데도 없는데 남은 할당량을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은행 직원 B씨는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출근하기가 싫어진다. 타은행 직원과 맞가입도 해본적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던 것도 빛 바래졌다. C은행 직원은 “동료가 갑상선암에 걸렸다. 휴직 후 수술을 받고 복귀했는데 결국 스트레스로 재발해 아예 퇴사했다”며 “예전엔 신의 직장이란 말도 있었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도입될 전망인 성과연봉제 역시 은행원들의 부담감을 늘리고 있다. 가뜩이나 성과 압박이 큰데 성과연봉제까지 도입되면 영업점은 전쟁터가 될 공산이 크다. 

일찌감치 은행권을 떠나는 직원들도 늘었다. 지난 연말연초 은행에서 희망퇴직한 퇴사자 가운데 30대 직원, 최하위직급 직원의 비중이 30%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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