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진짜 사과는 아프다'... 변명 붙으면 사과 아냐
[책속의 명문장] '진짜 사과는 아프다'... 변명 붙으면 사과 아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12.06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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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이기주 지음 | 말글터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탄핵 열차는 멈출 줄 모르고 국민이 느낀 감정은 배신감, 열패감, 모욕감이란 부정적인 단어로 갈무리 된다. 사과할 기회가 있었던 때 ‘진짜 사과’를 했더라면, 여기까지 왔을까.

<언어의 온도>(말글터.2016)는 “진짜 사과는 아픈 것”이라고 말했다. 정중히 사과를 건네는 사람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건네기 힘겹기 때문이다. 저자가 언젠가 사과를 건네는 사람의 표정을 기억했던 것도 ‘숨을 내쉴 때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던’ 인상적인 모습 때문이다.

미안함을 의미하는 ‘sorry’의 어원을 보면 사과의 진정성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바로 ‘아픈’ ‘상처’라는 뜻을 지닌 ‘sore’에서 유래해서다. 맞다. 진짜 사과는 아프다.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말이다. 그래서 진심 어린 사과는 모두에게 아픈 법이다. 그 아픔을 서로가 겪고 나서야 용서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어떤 사과가 진정한 사과로 전달될까. 저자는 사과라는 말의 어원을 들여다보며 사과의 진정성과 중요성을 전한다.

책에 따르면 사과를 뜻하는 단어 ‘apology’는 ‘그릇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말’이라는 뜻이 담긴 그리스어 ‘apologia’에서 유래했다. 또 한자 사과(謝過)에는 ‘지난 과오를 끝내다’는 뜻이 담겼다. 여기에 ‘~하지만’을 붙이면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이란 질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질 떨어지는 사과가 된다.

저자의 말처럼 먹는 사과의 당도가 중요하듯, 말로 하는 사과 역시 그 순도(純度)가 중요한 게 아닐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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