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숨을 3시간 멈추고도 살아난 여자
[책속에 이런일이] 숨을 3시간 멈추고도 살아난 여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8.25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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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씨의 일생> 마이클 블래스트랜드·데이비드 스피겔할터 지음 | 신소영 옮김 | 영림카디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확률을 비껴간 여자가 있다. 그녀는 꽁꽁 얼어버린 얼음 아래에서 구출되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무호흡 3시간에 체온은 무려 13.7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살았다. 그것도 아주 멀쩡하게.

주인공은 안나라는 여성이다. 사건은 스키를 잘 타는 편인 그녀가 스키를 타던 중 순간 중심을 잃고 폭포 근처의 얼어버린 개울로 떨어지면서부터다. 천운일까 머리가 아닌 등부터 떨어졌고 때마침 얼음에 구멍이 나 있었다. 하지만 까딱하면 몇 분 만에 죽을 수도 있는 상황. 다행스럽게도 행운은 이어졌다. 얼음 아래 공기가 모여 있는 공간을 발견해 잠시 동안 숨을 쉴 수 있었던 것.

친구들과 구조대가 그녀를 물 밖으로 꺼내려 애썼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얼음은 단단해 뚫리지 않았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무려 40분이다. 처음 40분은 의식을 유지했지만 더딘 구조작업으로 서서히 호흡을 멈췄다. 맥박도 함께 멈춰버렸다.

40분이 더 흘러서야 완전히 물 밖으로 구출됐고 그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체온은 13.7도였다. 이렇게 체온이 심하게 떨어지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도 의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안나의 피를 몸 밖으로 뽑아내 데운 후 혈관으로 다시 흘려보냈다. 숨을 멈춘 지 3시간, 그리고 병원에 도착 후 흐른 시간만도 2시간 이상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심장은 다시 뛰었다. 열흘 후 안나는 목 아래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깨어났고 시간이 지난 후 기적적으로 몸이 회복되었다. 거의 완벽히 말이다.

확률과 통계로 보는 심리서적 <보통 씨의 일생>(영림카디널. 2016)에 나오는 내용이다. 책에 따르면 안나는 몇 년 후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병원에서 방사선 전문의로 일하고 있었다. 스키도 여전히 즐기고 있다고 한다.

생존과 의학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저자는 그녀가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차가운 추위에 노출되어 빈사 상태였기 때문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적절한 시점에 신진대사가 거의 정지에 가깝게 늦춰졌고 정확히 숨이 멈춘 탓에 생명을 보전했다는 것이다.

추락, 저체온 13.7도, 무호흡 3시간, 전신마비를 딛고 살아나 정상 생활을 하는 안나. 그녀야말로 죽음을 비켜간 사람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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