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너 같은 딸 낳아봐라” 말이 씨가 돼... 인도 역사 속 공주 이야기
[신간] “너 같은 딸 낳아봐라” 말이 씨가 돼... 인도 역사 속 공주 이야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7.2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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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 욕망을 탐닉하다> 정유경 지음 | 대림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너 같은 딸 낳아봐라” 여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딸들이 속 썩일 때 그 고단한 마음의 표현이겠지만, 함부로 내뱉을 일이 아니다. <여인들, 욕망을 탐닉하다>(대림북스.2016)는 이와 관련 인도의 한 공주 이야기를 전한다.

9세기 서인도의 작은 나라, 바로다 왕국의 인디라 라제라는 공주가 있었다. 그녀는 다른 인도 왕국의 공주들과 달리 개방적인 아버지 아래 교육받은 공주였다. 당대로써는 파격적으로 영국 기숙학교로 유학까지 가게 된다. 하지만, 정략결혼의 압박은 여전했고 자신보다 50살이나 많은 왕과 혼사가 오갔다. 서구식 교육을 받은 그녀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부모 동의 없이 상대 약혼자에게 결혼할 수 없다는 전보를 보낸 것. 왕국간의 우호가 깨질 수도 있는, 당시로는 큰 스캔들이었다. 대형 사고를 낸 공주에겐 알고 보니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이후 부모의 격렬한 반대와 방해를 뚫고 마침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에 골인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다음 대목이다. 공주의 모친은 공주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결혼을 축복하지 않을 정도로 속상해했는데, 인디라 라제 공주도 똑같은 일을 겪는다. 공주의 아이들이 성장한 뒤 어느 날, 파티에서 자신의 큰딸 아일라가 결혼했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는다. 이에 당황해 딸을 추궁했더니 기막힌 사실이 밝혀졌다.

큰딸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 허락을 받지 못할 거라 여기고, 남자 친구와 등기소에 혼인신고를 해버린 것. 고명한 왕가의 공주가 결혼식도 없이 이미 기혼자가 된 상황. 딱 “너 같은 딸 낳아봐라”가 실제로 연출된 셈이다. 딸이 한 밉상 짓에 울컥 할 때 인도 공주 이야기로 브레이크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책은 이밖에도 정치적 욕망에 희생된 공주, 자신의 욕망을 지키기 위해 제도 밖으로 달아난 공주, 모든 정적을 물리치고 스스로 왕이 된 공주 등 역사 속 여인들의 삶을 조망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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