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희대의 사기꾼 ‘난초’... 꿀벌은 속을 수밖에
[책속에 이런일이] 희대의 사기꾼 ‘난초’... 꿀벌은 속을 수밖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7.22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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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하는 식물의 뇌> 스테파노 만쿠소·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 양병찬 옮김 | 행성B이오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난초의 꽃말은 ‘청초한 아름다움’이다. 그런데 꽃말과 다르게 난초류의 약 30% 이상이 수정 때 꿀벌에게 사기를 친다.

난초에 사기당한 벌들은 아무런 대가도 얻지 못하고 꽃가루만 운반한다. 한마디로 위장과 속임수로 곤충의 노동을 착취하데 그 방법이 기막히다.

난초는 모든 생물 중 가장 뛰어난 흉내 꾼이다. 난초의 일종인 오프리스 아피페라의 모방술은 카멜레온이나 대벌레류보다 뛰어난데, 오프리스의 꽃은 벌의 암컷을 완벽하게 모방한다.

벌의 모양은 물론 조직, 표면의 솜털, 향기, 심지어 수컷 꿀벌을 유혹하는 데 사용되는 페로몬까지도 흉내 낸다. 한마디로 벌의 시각, 촉각, 후각을 모두 만족하게 해 일을 꾸미는 것.

암벌보다 더 암벌 같은 난초의 치명적 유혹에 벌은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수벌이 그만 깜빡 속아 넘어가 오프리스와 교미를 시도하려 버둥대는 순간, 이 영악한 식물은 때를 놓치지 않는다.

그 순간, 오프리스는 잽싸게 수벌의 머리에 꽃가루 꾸러미를 붙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 이렇게 붙은 꽃가루는 한동안 떨어지지 않고, 졸지에 꽃가루 세례를 받은 수벌은 허둥지둥 다른 꽃으로 날아가 자기도 모르게 수분을 돕는다.

식물의 지능 감각과 지능을 파헤친 <매혹하는 식물의 뇌>(행성B이오스.2016)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애욕에 눈먼 수벌, 자신의 아름다움과 지능, 믿기지 않는 무기로 목적을 달성하는 난초가 왜 인간과 겹쳐 보일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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