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지하철 섬뜩한 대화 “그 집 남편, 퇴직하고 죽었대!” “어머, 부럽다!”
[책속에 이런일이] 지하철 섬뜩한 대화 “그 집 남편, 퇴직하고 죽었대!” “어머, 부럽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7.01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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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이 없는 남자 시간이 없는 여자> 미나시타 기류 지음 | 이서연 옮김 | 한빛비즈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그 집 남편, 퇴직하고 얼마 안 돼서 죽었대!” “어머나!”

어느 지하철 안 60대로 보이는 한 무리의 여자들의 활기찬 수다 내용이다. 그런데 다음 대목에 <갈 곳이 없는 남자 시간이 없는 여자>(한빛비즈.2016)의 저자는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어머, 부럽다!” “진짜 부럽네! 그게 내 꿈이라니까.” “맞아! 이상적인 일이지.”

저자의 경험담으로 시작하는 책의 첫 장면은 지하철 섬뜩한 대화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남편이 죽으면 퇴직금과 생명보험을 받아 오히려 부러운 일이라는 내용이다. 퇴직 후 하루 세끼 집밥 먹는 남편을 ‘삼식이’ 남편돌봄을 시집살이보다 힘든 ‘남편살이’라 여기는 이들의 대화를 들여다보면 사회문제가 녹아있다.

대화의 이면에는 관계의 부재로 아내에게 의존하는 퇴직 후 남성들의 고립된 생활과 이들을 끝없이 돌봐야 하는 여성들의 시간 빈곤문제가 전제된다.

기본적으로 돌볼 대상인 가족이 있는 동안 여성에게 가정에 있는 시간도 노동시간이 된다. 그렇지만 남성은 집에 있는 여성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인식의 격차가 존재한다. 게다가 일밖에 모르던 남성은 퇴직 후 갈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런 견해차가 갈등을 부른다.

저자는 직장제일주의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남성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과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남성 소외문제를 언급하는 동시에 한가한 주부는 환상 속 존재일 뿐이라 말한다. 일하든, 하지 않든 가정을 돌보는 일은 여성에게 지워져서다.

책은 이처럼 현대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를 남성과 여성의 성별에 따라 균형감 있게 서술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남자는 일, 여자는 육아와 가사’라는 시대착오적인 사고에서 탈피하고 성별이 아닌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될 때 비로소 남녀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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