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블랙컨슈머 천태만상...'양말 신다 발가락 다쳤다, 청소기 개똥 치워라'황당한 보상요구
[책속에 이런일이] 블랙컨슈머 천태만상...'양말 신다 발가락 다쳤다, 청소기 개똥 치워라'황당한 보상요구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6.21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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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노동의 진실> 김태흥 지음 | 올림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갑질 끝판은 어디까지일까. <감정 노동의 진실>(올림.2014)에 블랙컨슈머의 천태만상이 등장한다.

휴대전화 매장 한 남성이 몇 시간씩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직원과 A/S기사가 그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 그 남성은 욕설에 이여 급기야 핸드폰을 집어 던지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저장된 연락처가 사라졌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행태다. 바로 블랙컨슈머의 모습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고스란히 당하고만 있다.

어떤 백화점에서는 양말 때문에 발가락을 다쳤다며 황당한 주장을 하는 손님이 나타났다, 백화점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환불과 치료비 10만 원도 내줘야 했다. 오래 찬 시계를 반품해달라고 소리 지르는 고객에게 자신의 카드를 긁어 새 상품을 지급해야 했던 직원도 있다.

심지어 로봇 청소기 안에 개똥이 들어갔다며 고객만족센터에 전화를 걸어 청소해놓으라고 협박을 일삼는 고객까지 등장한다. 어쩔 수 없이 기사가 출동해 개똥을 치워준 사례도 있다. 그런데도 담당 기사는 한 번 더 고통을 당해야 했다.

고객이 평가 점수를 나쁘게 준 탓에 일과 후 고객만족 담당을 중심으로 고객만족 역할극이란 연극으로 낮에 있던 클레임 상황을 재현한 것. 감정노동자를 두 번 죽인 셈이다.

감정노동자들이 블랙컨슈머에게 무방비로 공격당하는 이유는 고객만족 평가나 해피콜이 무서워서다. 휴대전화 매장이나 백화점 직원들도 마찬가지.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도 고객에게 끝까지 ‘죄송하다’ 빌어야 하는 상황.

블랙컨슈머 문제의 일차적인 원인은 기업이 감정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데서 기인한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심리 치료 프로그램만 제공하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안일한 자세다. 한번 생긴 마음의 상처는 쉽게 낫지 않는다.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버리고 현장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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