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매도 비판할 시간 있으면 종목 분석하시라?
[기자수첩] 공매도 비판할 시간 있으면 종목 분석하시라?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06.15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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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 부추겨 vs 시장의 활력소" 공매도에 관한 엇갈린 시선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더러 주식시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제도가 뭐냐고 물으면 '공매도'를 꼽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와 관련 없는 기사에도 부정적인 댓글을 달곤 한다. 거래소 주식시장 30분 연장 기사에 "공매도나 없애라 거래소"라는 댓글이 등장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한국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 편입 불발 기사에 "공매도나 하는 후진국 주제에"라는 댓글도 달렸다.

과연 공매도는 불법으로 간주해 척결해야 하는 대상일까? 14일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간담회에서 한 전문가는 "공매도는 무조건 나쁜 것으로 치부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를 금지하면 많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전문가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실시하는 공매도와 '인버스' 파생 투자상품이 왜 다르게 취급받아야 되냐는 문제도 제기했다. 실제로 인버스 파생상품을 없애라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은 거의 없다. 이들에겐 자신이 매수한 종목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공매도'만이 불만의 대상이고 없애야 하는 제도다.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고 전망이 좋을 것으로 내다보는 주식에 투자한다면 공매도가 문제가 될까? 공매도는 올해 기준 주식시장의 거래대금 가운데 3%만 차지한다. 전체 거래량 기준 1%에 불과하다.

전문가는 "공매도는 주가의 펀더멘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년간 공매도가 몰린 종목 가운데 절반은 오르고 절반은 떨어졌다는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매도란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빌려서 파는 것을 말한다. 특정 기업의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할 때 활용된다. 예상대로 주가가 내려가면 내려간 가격에 주식을 사서빌린 주식을 갚아차익을 얻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실제로 공매도 때문에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13년 4월 16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공매도 세력 때문에 너무 지쳐 회사를 외국 기업에 팔고 싶은 정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다. 주요 제약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적이자 관심의 대상이다. 

공매도로 한 기업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면 바람직한 일이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로 셀트리온 주가같은 경우는 어떠한가? 등락은 있었지만 1년간 주가는 24% 올랐다. 3년간 57% 올랐다.

결과적으로 공매도는 기업을 초긴장 상태로 몰고 가기도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 해를 끼쳤다고 일반화하기 어렵다. 오히려 공매도가 몰린 주식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받는 종목으로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나아가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파는 것이므로 기업의 미래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시사하는 신호다. 투자자들에겐 정보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공매도'가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할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왜 떨어지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분석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주가 하락 원인을 '공매도'로 몰고가는 것은 마녀사냥에 편승하려는 태도가 아닐지 돌아볼 일이다. 공매도에 분노할 시간에 자기가 보유했거나 관심 있는 종목의 전망을 파고드는 게 더욱 현명한 접근법이 아닐지 성찰해 보는 것은 어떨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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