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꽃가루 알레르기'는 세련된 사람이 걸리는 병?
[신간] '꽃가루 알레르기'는 세련된 사람이 걸리는 병?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5.03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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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 김현주 옮김 | 류충민 감수 | 푸른지식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봄의 불청객 꽃가루. 매년 찾아오는 알레르기 시즌이다. 이맘때쯤이면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한때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세련된 사람이 걸리는 병이라는 인식이 성행했다. 꽃가루가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1,800년대다.

과거에는 꽃가루가 비강을 괴롭히고 다양한 병리적 증상을 드러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어떤 특정 시기가 되면 비강이 붓고, 천식에 준하는 증상과 이에 따른 미열을 동반하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한다고 생각했다.

<식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푸른지식.2016)에 따르면 이 병증을 연구하던 초반기에는 가축용 건초를 만드는 계절에 많이 발생한다 하여 ‘건초열’이라 불렀다. 특이한 점은 특정 인종만 걸린다거나 세련된 사람이 걸리는 병이라 인식해 이 병에 걸리면 과시하려는 성향이 있었다. 한때 혈우병을 왕가의 병으로 보던 상황과 비슷하다. 한마디로 엘리트 계층의 병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한 남자의 병적인 열정으로 풀렸다. 바로 의사이자 식물학자 찰스 해리슨 블랙클리다. 수 세기 동안 실질적인 원인을 밝히지 못했던 꽃가루 알레르기를 찰스 해리슨이 집요한 연구 끝에 밝혀냈다. 그의 집요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느 날 꽃가루가 유력한 원인이라 여긴 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을 마루타 삼아 실험을 시작했다.

이를테면 호밀 꽃을 모자 속에 넣어 자신의 대머리와 접촉한 상태로 집에 가져오기도 하고, 흡입한 꽃가루 양을 추정하려고 콧구멍에 얇은 거즈를 꽂은 채 호흡수를 세면서 시내를 산책하기도 했다. 심지어 양쪽 콧구멍에 각기 다른 꽃가루를 바르는 마조히스트적 행동까지 감행했다. 극심한 천식 증상까지 감내한 그의 살신성인을 통해 우리는 지금 꽃가루를 탓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은 이처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 위대한 식물학자들의 삶을 다뤘다. 우리가 누리는 다양한 혜택들은 누군가의 열정과 희생 위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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