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따뜻한 사람이 만든 기적같은 세상... '사모아의 버스에서 생긴 일'
[삶의 향기] 따뜻한 사람이 만든 기적같은 세상... '사모아의 버스에서 생긴 일'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4.27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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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 최성현 지음 | 인디북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사모아는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다. 우폴루와 사바이라는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인구는 20만이 채 안된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우리와는 좀 달랐다. 아니, 모든 일을 함께 나눴던 따뜻한 과거의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사모아에서는 버스를 ‘심부름꾼’이라고 부른다. 마을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버스 운전사가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마을에도 가게가 있지만 구멍가게 수준이라 수도인 아피아까지 나가서 사와야 하는 물건을 버스 운전사에게 부탁해서 받는다.

운전사는 손님들과 장난을 치기도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면 못 본 척하고 그냥 지나가서 저만큼 앞에 차를 세운다. 그러면 그 사람은 할 수 없이 버스를 잡으러 뛰어온다. 그러면 차가 다시 달아난다. 따라오면 달아나고, 따라오면 달아나고 이 짓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버스를 타려는 사람은 물론 운전사와 승객도 화를 내지 않고 큰 소리로 웃으며 그 장난을 즐긴다.

노인이나 나이든 사람이 타면 젊은이들이 바로 일어난다. 자리를 양보한 사람은 통로에 서 있는 게 아니라 앉아 있는 사람의 무릎에 앉는다. 여자가 남자 무릎 위에 앉기도 하고 3중으로 앉는 경우도 있다. 처음 보는 사람 무릎에도 앉는다.

어느 마을에선가 갓 낳은 듯해 보이는 쌍둥이를 품에 안은 부인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었다. 버스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서 그 가족은 탈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부인이 창문을 통해 한 아이를 어떤 처녀에게 넘겨주었다. 그런데 둘은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닌 듯 보였다. 아이를 받은 처녀는 자장가를 불러 아이를 재웠다.

버스가 출발하고 잠시 후, 앞쪽에서부터 사람들이 머리 위로 뭔가를 뒤로 넘겼다. 남은 한 아이를 그렇게 한 것. 한 할머니가 그 아이를 받아 안았다. 옆 사람이 얼른 자신의 상의를 벗어 아이를 덮어줬다. 그 버스에는 창에는 유리가 없었다.

“아이들의 아빠와 엄마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지.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모든 사람이 아이를 보살피고 있었으니까. 앞에 앉은 할머니는 오래 아이를 안고 있지는 못했어. 체력이 따라 주지 못했나 봐. 잠시 뒤 아이를 다른 이에게 넘긴 뒤 그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졸기 시작했어.

그렇게 버스 안의 모든 사람이 기꺼이 아이를 돌보는 것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눈물이 났어. 사람들에게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정말 그때 나는 그 광경 앞에서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때 알았지. 아, 이 나라 사람은 참 따뜻하구나. 따뜻함이란 참으로 좋은 것이로군, 하고 말이야.” (23쪽~24쪽)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마을 전체 사람들이 아이들을 돌봤다. 네 애 내 애가 따로 없었다. 아이들은 온 마을을 놀이터 삼아 마음껏 뛰어 놀았다. 그 때가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농부 작가 최성현의 에세이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인디북. 2016)에 소개된 이야기가 뭉클함을 불러일으킨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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