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100세 시대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죽음의 문제는 남아있다. 오랜시간 진화는 거듭했지만 노화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왜 우리는 늙지 않거나 죽지 않는 존재로 진화하지 않을까.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서해문집.2016)은 이런 궁금증에 죽음, 수명, 유전, 진화, 식물 등 8가지 주제를 기반으로 답을 탐구한다.
특히 자살을 다룬 7장은 번식 후 죽음으로 대가를 치르는 생물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를테면 코시야자나 잠자리 애벌레, 주기매미 등은 단회번식 후 사망한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선택하는 이유는 생식을 단 한 차례에 집중하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서다. 놀라운 사실은 곤충뿐만 아니라 동물도 같다는 점이다. 태즈메이니아주머니너구리는 신종 감염병에 걸린 후 개체군 성체가 이듬해에 사망률 100%에 육박하자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번식을 일찍, 그것도 죽기 전에 한 번만 이루는 단회번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특정 유전자로 인해 장수하던 개체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 더 빨리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저자는 이를 통해 번식 비용이 어떻게 수명을 제한하는지 환경 조건이 인간의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과학적인 수치나 현상보다 문학과 신화, 역사를 아우르는 저자의 해박한 상식과 과학적 해석을 직조해내는 능력에 있다.
에밀리 디킨슨의 죽음에 관한 시를 내놓고 죽음과 노화의 규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추리소설 홈스의 한 대목을 빌려 유전자가 장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25~35%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힌다.
저자가 역사와 문학, 신화에서 가져온 글감 덕분에 과학적 데이터는 독자의 상상력과 버무려져 좀 더 쉽게 다가올 것이다. 책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쥐여주지 않는다. 다만, 진정한 장수란 단순한 수명연장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연장이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학문으로 우아하게 늙음과 죽음에 접근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