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재미있는 우리말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
[신간] 재미있는 우리말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3.24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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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가 노가리를 까니, 북어냐 동태냐> 권오길 지음 | 지성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생물 수필가 권오길 교수의 ‘우리말에 깃든 재미있는 생물이야기’ 시리즈 네 번째 책<명태가 노가리를 까니, 북어냐 동태냐>(지성사.2016)가 나왔다. 권 교수는 우리말에 깊숙이 스민 생물의 어원과 특징을 특유의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내 읽는 내내 재미를 주는 저자다.

이를테면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 사용한다. 책에 따르면 짝짓기할 때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홍어 수컷의 거시기에 꺼끌꺼끌한 가시가 나 있다. 그런데 어부들이 홍어를 잡아 올릴 때 수놈의 가시에 손을 다치는 등 조업에 방해된다며 수컷이 잡히면 홍어 거시기부터 칼로 댕강 잘라 바다에 던져버렸다는 데서 비롯됐다.

“미주알고주알 꼬치꼬치 캐묻다”의 ‘미주알고주알’이라는 부사의 경우,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을 말한다. 한마디로 시시콜콜 창자 속까지 살펴볼 정도로 꼬치꼬치 따지고 든다는 뜻이다. ‘고주알’은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인 일종의 첩어(疊語)다.

책을 더 흡입력 있게 하는 요소는 저자의 유려한 표현력도 한몫한다. 다음 바가지를 만드는 ‘박’과 나방을 설명하는 대목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버팀목을 타고 살금살금 올라간 박은 이엉지붕에서 세력 좋게 출렁거리며 어우렁더우렁 길차게 넝쿨을 뻗는다. 어느새 해가 지면 꽃잎을 벌려 야행성인 나방이 박각시를 부르더니만 금세 허여멀끔하고 둥그런 박들이 초가지붕에 띄엄띄엄 너부죽이 자리매김을 하니, 그 모습이 시골농가의 가을 풍경을 대변한다.” (63쪽)

이처럼 한 권의 책을 통해 생물의 특성과 우리말의 웅숭깊은 글맛을 느낄 수 있다. 여러모로 매력적인 책이다. 추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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