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널 기다리며’ 김성오, ‘악’을 알기에 ‘흥’도 아는 진짜 배우
[인터뷰] ‘널 기다리며’ 김성오, ‘악’을 알기에 ‘흥’도 아는 진짜 배우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3.2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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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2010년 한 영화가 개봉하고 대중들은 환호했다. 조각 미남 원빈이 선보이는 극강의 액션 카타르시스는 지금까지 국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달해주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진짜는 따로 있었다. ‘영웅’ 원빈이 빛을 내기 위해선 ‘악당’의 그것이 더욱 지탄을 받아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내 영화 속 ‘악당 열전’을 꼽자면 당시 ‘아저씨’ 속 배역은 한 손에 꼽힐 정도로 그 수위가 엄청났다. 인신매매 중에서도 가장 악질이라는 장기 밀매업자다. 그것도 어린이들의 장기만을 전문으로 밀매하는 극악의 인간이었다.

그 배역을 연기한 배우 눈빛은 사실 사람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관객들은 이 배우의 소름끼치는 캐릭터 해석력에 혀를 내둘렀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배우가 안방극장에서 보여 준 코미디 감각이다. 극단의 캐릭터 소화력은 지금 것 전혀 보지 못했던 타입이었다. 그리고 그는 영화 ‘널 기다리며’를 통해 다시 한 번 극악의 인물로 돌아왔다. 배우 김성오다.

김성오에게 ‘아저씨’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작품이다. 지금까지도 ‘아저씨’를 기억하는 대중들은 원빈의 화려한 액션보다도 김성오의 소름끼치는 악역을 더 기억하고 있다. 천진난만한 성격처럼 보이면서도 사이코패스를 능가하는 살인 본능의 인물은 김성오 특유의 눈빛과 더해져 실제 생명을 얻은 인물이 됐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성오의 눈빛에서 아직도 그때의 잔상이 떠오르는 듯했다.

“하하하. 저 착한 남자에요. 이제 곧 아빠도 되는 데(웃음). 정말 고마운 작품이었죠. 지금까지도 연기로 밥벌어 먹고 살게 해준 기회였고. 하지만 어떤 배우라도 그래요. 배우로서 생각해보면 ‘아저씨’가 사실 참 고민을 가져다 준 작품이에요. 그 작품 끝나고 전부 악당만 맡아 달래요. 하하하. 사실 전 악당 연기도 자신 있지만 다른 것도 잘 할 자신이 있는데. 좀 의도적으로 피했어요. 그리고 ‘시크릿 가든’을 만났죠. 그런데 그 작품 끝나고는 또 비슷한 역할만 들어오데요. 하하하.”

그게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하지만 배우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고 지금도 그 과정 속에서 살아가는 선후배 또는 스타급 배우들이 즐비하다. 김성오는 이제 결혼도 했고 아빠도 된다.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책임감도 커졌다. 불러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됐단다. 배우를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기쁨도 느끼고 있다.

“지금도 ‘악역 전문 배우’란 말을 많이 듣죠. 그 말에 경계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악역을 나보다 잘 하는 배우가 얼마 없다는 말이잖아요. 전문직이 통하는 시대? 하하하. 이번 영화에서도 제 느낌을 그대로 좀 살려서 갔어요. 나중에는 좀 오기도 생겼죠. 그래? 한 번 해보자! 뭐 이런 거요? 하하하.”

뜻하지 않은 어깨 부상으로 왼팔에 큰 보호대를 차고 있는 김성오였지만 연기를 얘기할 때는 그 어느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쳤다. 그의 모습은 스크린 속이나 밖이나 차고 넘칠 정도의 뻗어 나오는 힘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그 에너지를 받아내는 상대방의 기운도 넘쳐날 수 밖에 없었다. ‘널 기다리며’는 그런 김성오에게 제대로 판을 깔아 준 잘 짜여진 멍석이었다.

“시나리오를 받았고 읽어보니 연쇄살인범이더라구요. ‘또 악역?’ 사실 이런 생각을 했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끌렸죠. 왜요? 연쇄살인범이라서요. 하하하. 말이 이상하죠?(웃음) 얘기가 진행될수록 살인의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전체 얘기로 초점을 맞춰 가더라구요. 제가 봤던 얘기들과는 전혀 달랐어요. 제가 연기한 ‘기범’이란 인물의 감성에 맞춰진 시나리오랄까. 이 얘기의 시작은 기범이 잡히면서 시작이 되요. 그리고 15년의 복역 뒤 출소 후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되죠. 대체 기범의 머릿속에 뭐가 있을까. 정말 궁금했어요.”

그의 말처럼 연쇄살인범이란 얘기에 오해를 할 수도 있었지만 연쇄살인범이란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 다른 장르와는 전혀 달랐기에 마음이 움직였다. 김성오는 출연을 결정한 뒤 무섭게 파고 들었다. 인물의 습성과 생각 등을 정리해 나갔다. 흡사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연기한 고 히스 레저처럼 인물을 자신과 동일화 시켜가며 생각까지 읽어가는 수준이 됐다. 그 과정 중 흥미로운 경험도 했다.

“저 혼자 생각하고 정리한다고 그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고. 사실 아주 친한 친구 중에 강력계 형사가 있어요. SOS를 보냈죠. 찾아가서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 살인범들과 실제로 만난 형사 분과 얘기도 많이 나눴죠. 막혀 있던 어떤 부분을 그 친구를 통해서 좀 풀어냈어요. 사실 연쇄살인범과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100% 이해했다면 이상한거죠(웃음). 아마도 다음 작품에선 형사 역할을 하면 정말 잘 할 자신 있을 거 같아요. 하하하.”

자신을 동화시킬 수는 없었지만 흡사한 외모로 만들어 갈 수는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무려 16kg을 감량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한 그 충격적인 비주얼은 ‘경악’에 가까웠다.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이미지의 연쇄살인범 ‘기범’에게 거의 맞닿아 있다는 시각적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 모습은 김성오가 느낀 약간의 ‘오기’에서 출발했다. 그는 실없는 웃음으로 쑥스러움을 대신했다.

“그렇게 뺄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첫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이 사진 한 장을 보여 주셨어요. ‘머시니스트’란 영화 속 크리스찬 베일의 모습이에요. 거의 해골에 가까운 모습인데 그 모습을 원하시더라구요. ‘말도 안돼요’라고 했는데. ‘어? 저 사람들은 하는 데 난 안돼?’란 무모한 도전 의식이 생겼죠. 한 4주 동안 물과 비타민만 먹었어요. 나중에는 거의 빈혈을 달고 살았어요. 병원에 갔더니 귓속 어떤 기관의 지방까지 빠졌다고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하하하. 다시 이렇게 빼라면? 휴~~~. 아빠 되는 데 해야겠죠. 그래도. 하하하.”

다친 어깨 때문에 당분간은 재활치료에만 전념할 생각이란다. 인터뷰 중간 중간 다친 손에 재활용 노란 공을 주물럭거리며 의지를 다졌다. 그 좋아하는 운동도 못한지 한 달이 넘었다고 투덜이다. 그보다는 태어날 아이에게 아빠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의무감이 ‘아빠 김성오’를 조금은 조급하게 만들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긴 무명의 세월도 견뎠다. 이제 ‘김성오’란 이름은 어떤 색깔을 확실하게 입힐 수 있는 장치가 됐다.

“배우는 시나리오가 말하고 연출자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내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전 그런 도구일 뿐이에요. 다만 좋은 도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멋진 도구가 되고 김성오를 통해 그려진 그림은 누가 봐도 설명이 없는 앞과 뒤를 머릿속으로 그려낼 수 있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장치가 되고 싶어요. 주어진 상황 속에서 김성오가 어떻게 활용되야 하는지를 저 스스로가 먼저 찾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노력해야죠. 정말 재미있는 과정 아닌가요(웃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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