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고 보니 빈 수레..ISA·보험다모아 닮은꼴 부진 왜?
[기자수첩] 알고 보니 빈 수레..ISA·보험다모아 닮은꼴 부진 왜?
  • 주가영 기자
  • 승인 2016.03.15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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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점에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아래는 지난해 11월23일 '보험다모아' 시연하는 임종룡 위원장과 임시완 (사진=금융위원회)

[화이트페이퍼=주가영 기자] 역시나 소문난 잔치일수록 실망은 클 수밖에 없나보다.

지난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등장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권에선 ISA출시도 전부터 TV광고에 경품이벤트까지 소비자 이목 끌기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막상 상품판매에 들어가니 정작 소비자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ISA 창구가 한산한 것을 놓고 출시 초기이므로 기다려 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개점휴업에 준하는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의무가입기간과 수수료 부과 등 세부사항이 복잡하다고 여기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모델 포트폴리오(MP) 면에선 금융사들은 준비기간이 부족했고 소비자는 뭐가 좋은지 판단할 능력도 경험도 태부족이다.

국민 재산증식 지원이라는데 5년이라는 기간 동안 돈을 묶어놓고 인내심을 발휘하는 만큼 절세혜택이 매력적인지도 의문이다. 그나마 수익률이 높지 않으면 세제 혜택은 ‘도루묵’이다. 

심지어 금융사 상담원들조차 아직 ISA에 대한 이해가 완전하지 않아 상담을 받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의 소리마저 들린다.

굳이 이렇게 서둘러 ISA를 도입해야만 했을까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금융사가 재료를 충분히 다듬고 직접 요리해보고 가장 향긋하고 보기 좋고 맛 뛰어나며 몸에도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장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ISA에 앞서 금융당국이 야심작으로 치켜세웠던 보험다모아도 마찬가지다. 금융개혁을 표방하면서 성과에 급급했던 나머지 서둘러 오픈하는 바람에 보험을 다 모아놓기는커녕 “일부 보험사만의 보험다모아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뒤늦게 착수한 시스템개편은 계획보다 더 늦어지고 있으며, 생명보험사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다. 시간을 두고 제대로 준비해 오픈했다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2013년 무렵 상대적 고금리 저축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촉망받았던 재형저축이 쉬이 잊혀진 전철을 되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ISA와 보험다모아가 금융시장에 활력소 노릇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사장된다면 검증되지 않은 흥행 기대감에 들떠 조급하게 서둘렀던 금융당국 책임이 크다고 봐야지 않겠는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개혁. 당국은 “돈이 도는 활기찬 경제! 막힌 경제가 시원하게 뚫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막힌 경제가 아니라 막힌 소비자의 가슴부터 뚫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제 아무리 이상적인 정책일지라도 시장에서 통하지 않고 사회가 수용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사례는 숱하게 보아 왔다. 금융개혁 또한 당국이 세운 계획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이 소화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을 만도 한데 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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