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산 본사라야 자본시장 발전하나..거래소 60주년, 안타까움 물씬
[기자수첩] 부산 본사라야 자본시장 발전하나..거래소 60주년, 안타까움 물씬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03.03 2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화63시티 그랜드블룸 2층에서 진행된 '한국거래소 증권시장 6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들은 자본시장 발전을 강조했다. 거래소 구조개편을 뒷받침할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 타개책은 이번에도 제시되지 않았다.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정치(국회)가 '거래소 자본시장법'을 놓고 의견을 조율하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3일 오후 6시 한화63시티 그랜드블룸에서 마련된 '한국거래소 증권시장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를 맡은 김용태 의원이 전한 말이다.

19대 국회에서는 통과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진 자본시장법 개정안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한국거래소가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상장사로 전환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겨 있다. 

이날 얼굴을 비춘 정치인들 모두 법안 통과 당위성과 자본시장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법안 처리를 해내지 못한 상황에 대해 사과하는 닮은 꼴 화법으로 입을 맞춘 듯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시가총액 1450조, 세계 13위 규모로 성장했지만 아직 주식 거래와 파생상품이 금융투자업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말로 현안에 대한 관심도가 저기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자본시장이 더 큰 발전을 하려면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공개가 돼야 하는데 죄송스럽게 국회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스스로 회초리를 내리쳤다. 나아가 그는 “김기식 의원과도 다 합의를 봤는데 이번 선거 끝나는 대로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수많은 대화와 협상에도 진전을 가로막았던 걸림돌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해법은 없었다. 때문에 잔칫날에 어울리는 ‘립 서비스’인지 진심인지는 불명확하다.

국제적으로 본보기가 될 만한 주요국 거래소들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상장한 이후 해외 거래소와 교차거래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차거래가 확대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 직접 투자에 따르는 거래 비용이 줄어들고 투자 대상을 다양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당연히 국회의원들이 통과시켜 줄 법 하지만 여야는 엉뚱의 결착점에 발이 묶여 있다. 법안 개정 취지는 뒷전으로 밀리고 거래소 본사를 부산에 남기느냐 서울로 옮겨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둔갑해 버렸다. 총선을 앞둔 채 또 다른 지역싸움 양상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거래소 60주년을 맞은 날까지 개정안 통과에 합의하지 못한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여당은 그간 법 개정안에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본사를 부산에 둔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야당은 형식상 민간 주식회사인 한국거래소의 본점 소재지를 본문이든 부칙이든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정부는 거래소 부산소재 조항을 삭제하고 부칙에 ‘특화 금융중심지’ 소재로 변경해 법안 통과를 모색했지만 야당 설득에 실패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또 다시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이후 본사를 부산에 두기로 약속을 받아냈다고 강조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이끌어 내는 장면 연출에 열을 올렸다.

정부와 거래소, 그리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대다수는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공개가 정치적 이해득실 때문에 발목 잡힌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투자자들의 후생과 자본시장 발전이 가장 우선해야 한다는 대전제엔 이견이 없다.

지역 싸움은 그만하고 정보화 시대에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에게 고급 정보와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에너지를 몽땅 투입해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거래소가 국제적 위상을 높이면 우리 자본시장과 투자자들의 위상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행정부와 거래소 당사자들이 간곡히 전한 말부터 귀기울이를 바라는 여망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유연한 제도를 갖춰 발빠르게 투자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국내외를 넘나드는 투자 체결에 '속도'가 중요해진 시대”라며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비롯한 구조개혁이 반드시 이뤄야져 하는 만큼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한국거래소 최경수 이사장은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발빠르게 변화하는 IT(정보기술) 서비스로 저마다 발빠른 통합과 확장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어 (한국거래소의) 미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이어 "자율적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시장 서비스를 위해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IPO(기업공개)는 변화와 혁신의 가치, 새로운 희망으로 나아가는 큰 전환점이다"고 강조했다.

진정성을 전달하려는 듯 간곡한 표정으로 내놓은 이들의 이야기가 정치인들에게 얼마나 먹혔는지는 총선이 지나봐야 알 일이다. 득표가 먼저일 뿐 자본시장의 미래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 최소한의 공적 역할은 수행하려는 염치 정도는 있어서 법 개정안 협상 테이블을 신속히 마련할 것이지, 본사 위치를 둘러싼 정쟁이나 재현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