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결과는 언제나 과거다. 과정은 바로 현재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정말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진심으로 내가 창피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돌이켜보면, 그저 평가나 숫자로 매겨진 결과와는 다를 것이다.”(310쪽)
<접속 1990>(한겨레출판사.2015)이 소개한 박찬호 선수의 명언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그의 스포츠 인생사 중 최악의 해가 아닐까 싶은 1999년 사건을 알아야 비로소 와 닿을 명언이기 때문이다.
1999년 박찬호에게 일어난 잊지 못할 두 사건이 있다. 바로 ‘두발당성’ ‘한만두’다. 애너하임 에인절스와 경기 중 박찬호 선수가 상대 팀 벨처 선수와 언쟁 끝에 이단옆차기를 날린 사건이 두발당성이다. 즉, 두 발로 차는 발길질이라는 뜻이다.
‘한만두’는 ‘한 이닝 만루홈런 두 방’의 준말이다. 상대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무사 만루에서 타티스라는 타자에게 한 이닝에 두 번이나 만루홈런을 맞았다. 당시 메이저리그의 긴 역사에도 유일무이한 기록이었다. 만화에서나 볼법한 일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이 같은 사건을 뒤로하고 그는 2000년 메이저리그 18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좌절을 딛고 일어섰기에 그의 말은 더 빛난다. 무엇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바라보는 그의 생각은 새겨둘 만하다.
책은 이처럼 1990년대 한국 현대사를 짚어내며 1990년대를 살았던 청춘들에 아련하게 남은 사건과 당시를 장악했던 문화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