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검사외전’의 광풍을 두고 스크린 독과점 혹은 흥행 대항마 부족이란 두 가지 코드가 대립하고 있다. 우선 지난 3일 개봉 이후 현재까지 ‘검사외전’의 전국 스크린 개수는 1496개에 달한다. 개봉 2주차에 접어든 현재까지의 영화인 점을 볼 때 비상식적인 개수임은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개봉 2주자는 해당 영화 성패가 좌우되는 시기다. 2주차를 기점으로 스크린 점유율 상승과 하락이 결정된다.
지난 3일 개봉한 ‘검사외전’은 1268개 스크린으로 출발했다. 이후 점점 늘어난 스크린 개수는 지난 9일 설 연휴 기간 1812개까지 늘어났다. 이날 하루 총 상영횟수는 9451회에 달한다. 점유율 논란이 불거진 분명한 이유는 숫자에서 불거졌다. 사실 ‘검사외전’의 독주는 마땅한 대항마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17일을 기점으로 ‘검사외전’의 흥행 독주도 분명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마블의 신작 ‘데드풀’과 함께 한국영화 ‘좋아해줘’ ‘동주’ 세 편이 동시에 출격한다. 각기 다른 색채와 분명하게 분리되는 타깃 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검사외전’에 몰린 관객의 분산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데드풀’은 마블이란 브랜드 하나 만으로도 ‘검사외전’ 독주 천하를 뒤흔들 첫 번째 대항마로 꼽힌다. 수많은 히어로 캐릭터가 존재하는 마블 세계관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 중인 ‘데드풀’을 단독 주인공으로 발탁한 스토리다. 높은 수위의 폭력성과 19금 코드가 성인 관객층을 집중 타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자학성 개그와 미국식 유머 코드의 말장난은 호불호가 갈릴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전야 개봉으로만 827개의 스크린으로 점유한 '데드풀'은 정식 개봉일인 17일 보다 많은 스크린 점유에 나설것이 분명해 보인다. '검사외전'의 스크린 점유율이 분명 흔들릴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항하는 두 편의 한국영화도 주목도를 끌어 올리고 있다. 먼저 ‘좋아해줘’는 다소 식상한 멀티 캐스팅의 로맨틱 멜로 코미디를 표방한다. 세 커플의 연애 풍속도를 통해 세대 별 연애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이미연-유아인, 김주혁-최지우, 강하늘-이솜 등 한 작품에서 보기 힘든 배우들이 ‘로코’ 장르 안에서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다. 하지만 뻔한 스토리와 예상되는 결말이 어떤 스코어를 끌고 올지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주목을 끄는 점은 ‘로코’ 장르의 숨은 파괴력이다. 입소문을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특성 때문이다. 장르의 세분화에서 차이는 있지만 ‘건축학개론’ ‘시라노연애조작’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앞선 두 작품에 비해 ‘동주’는 완벽하게 색채가 분리되는 느낌이다. 5억 원의 초저예산으로 제작된 작품, 여기에 국민 시인으로 불리는 고 윤동주 시인의 삶을 극화했단 점, 더욱이 1960년 문예 영화의 아우라를 풍기는 스토리의 톤 앤 매너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동주’는 윤동주 시인의 주옥같은 작품을 영상 언어로 옮겼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유려했다. 이준익 감독의 빼어난 연출력과 함께 강하늘-박정민 두 젊은 배우의 투혼은 그 시절을 살아온 두 남자의 그것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 흑백 화면으로 구성된 ‘동주’의 느낌은 고전과 현대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켰다. 일반 시사회를 통해 전해지는 ‘동주’는 한 마디로 문학 걸작의 부활이란 찬사를 넘어선 찬사로 풀이되고 있다.
각기 다른 세 편의 영화가 17일 동시에 출격한다. 각각의 색채가 너무도 다르다. 관객층도 확연하게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외전’이 장기 독재체재를 구축한 국내 극장가 흥행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가 흥미롭다. 분명한 것은 이들 세 편이 각자의 확실한 몫을 챙겨 나갈 것이란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