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해 진 뒤에 세수하면 남편 죽는다? 재미있는 우리말 금기어
[책속의 지식] 해 진 뒤에 세수하면 남편 죽는다? 재미있는 우리말 금기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2.15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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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그 가슴에 담긴 말> 장진호 지음 | 글누림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우리말에는 다양한 금기어(禁忌語)가 있다.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했던 말부터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말, 실제 상황과 유사하거나 연상되는 행위를 금하는 말 등이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미신적인 요소가 많지만, 실은 나름의 과학성이 있고 말 자체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우리 문화의 단편을 모아 엮은 <우리 문화 그 가슴에 담긴 말>(글누림.2015)에 따르면 ‘문 앞에서 귀를 후비지 말라’라든가 ‘다듬잇돌을 베고 누누면 입이 비뚤어진다’와 같은 말에도 일리가 있다. 지금 눈으로 보면 여기에 무슨 과학성이 있겠나 싶겠지만, 당시 삶의 방식에서 바라본다면 맞는 말이다.

여닫이문을 사용하던 시대에는 주의가 요망된다. ‘갑자기 여닫이문을 열고 사람이 들어오면 문 안쪽에서 귀를 후비고 있던 사람은 도구에 귀를 찔릴 위험성이 있다. 또한 차가운 다듬잇돌을 베고 오래 있으면 와사증이 오기 쉽다.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금기어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가령 ‘해 진 뒤에 세수하면 남편 죽는다’는 말은 여자가 밤에 얼굴을 다듬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으므로 경계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에게 주었다가 다시 뺏으면 궁둥이에 솔(종기) 난다’는 말도 줬다 빼앗으면 인간관계가 멀어지니 그런 행위를 삼가라는 뜻이다.

‘신랑 될 사람이 닭 날개를 먹으면 달아난다’거나 ‘신랑에게 구두를 선물하면 헤어진다’ 등도 실제 상황과 유사하거나 연상되는 행위를 금지하는 말이다.

우리의 금기어는 터부(taboo)와 의미가 다르다. 일상생활에서 해서는 안 될 일, 다시 말해 위험이 따를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말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금기어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충고와 금지의 효과를 제공한다. (260~261쪽) 일부 수정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말을 단순히 생각을 전하는 음성기호로만 여기지 않았다. 말에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말에 담긴 뜻을 통해 선인들의 사고체계와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다니 새삼 말의 힘이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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