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어려운 까닭에 대한 이어령의 탁견
시가 어려운 까닭에 대한 이어령의 탁견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27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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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세운 집> 이어령 지음 | 아르테(arte)

[화이트페이퍼=정미경기자] 시를, 아니 책을 읽지 않는 시대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정신은 푸석푸석해지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시가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 걸까. 이어령 선생이 그에 대한 답을 준다.

“시는 말로 지은 집입니다.

벽돌로 집을 짓듯이 말 하나하나를 쌓아 완성한 건축물입니다. 초가집이니 벽돌집이니 하듯이 시 한 편은 곧 한 채의 ‘말집’인 겁니다.

그런데 집이라고 하면 대개, 아니 모든 경우 그 집의 겉모양을 생각하게 됩니다. 집을 그려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보세요. 지붕을 그리고 창을 그리고 대문과 담을 그립니다. 사진을 찍어도 집은 언제나 그 외형만 보이게 찍힙니다. 실제의 집은 그 안에 있는데 말입니다.

사람이 살고 활동하는, 막상 중요한 집의 내부 공간은 볼 수가 없습니다. 볼 수만 없는 게 아니라 우리는 아무 집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젠 아예 그 닫힌 내부 공간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가령 어느 날 으스름한 저녁, 길을 지나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창문을 보았을 때 말입니다. 방 한 구석이 얼핏 보이고 아이들이 재재거리는 말소리도 들립니다. 어떠셨어요? 그 느낌 말예요. 한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친숙함, 평화로움. 그러면서도 내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것 같은 신비감...."

이어령 선생은 시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말했다. 이 고정관념은 집을 겉모습으로만 아는 아이들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시는 매우 풍부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느낄 수 있다.

앞의 인용 글은 이어령 선생이 32편의 우리 시에 대해 설명해주는 <언어로 세운 집>(아르테(arte). 2015)에 나온다. 19년 전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수록했다. 명시와 명 해설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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