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이에게 책을 처방하는 심리상담 ‘독서치료'
아픈 이에게 책을 처방하는 심리상담 ‘독서치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1.19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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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독서> 박민근 지음 | 와이즈베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심리치료사가 상담과 함께 처방으로 책 한 권을 내민다면?

<치유의 독서>(와이즈베리.2016)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경한 심리치료 중 하나인 독서로 마음을 치료한 ‘독서치료 Bibliotherapy’ 상담사례를 책과 함께 전한다.

29세의 H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일순간 무직이 됐다. 다시 취업 준비를 하던 중 도서관 바닥에 심장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공황발작이었다.

“나는 멍청하게 태어났다. 부모 역시 못 배우고 가난했다. 어리석은 아버지가 사업을 벌였다가 바보처럼 망하고 말았다. 바보가 사업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엄마 역시 늘 무능하고 자식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했다. 그러니 나 역시 제대로 공부할 수 없었다. 겨우 지방의 전문대학을 나왔는데, 그것도 빚으로 학비를 충당해야 했고, 졸업 후에도 변변치 않은 일들을 전전했다. 마침 시작하게 된 그 선배와의 사업이 나에게 최선의 기회라고 여기고 죽을힘을 다했지만 결국 배신당하고 말았다.”

심한 불안장애를 안고 우울과 비난, 원망으로 점철된 이 사람에게 저자는 어떤 책처방을 내렸을까.

책에 따르면 먼저 이 내담자는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이 괴로웠던 원인이 사는 내내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증오한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에게 로마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남긴 언명을 보여준다.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며, 타인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쓰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며, 할 수 없는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159쪽

이 언명을 화두로 이야기를 확장해 에픽테토스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노예로 태어나 주인에게 모진 고문을 받고 절름발이가 됐다. 하지만 노예 신분에서 벗어난 후 젊은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쳤다. 제자들이 사후 그의 어록을 모아 책을 엮어냈고 그것에 후세에 남아 스토아철학의 참모습을 알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어 알랭 드 보통의 <불안>과 리처드 스코시의 <행복의 비밀>을 통해 H의 불안장애를 호전시켰다. <불안>은 현대인의 불안이 이 사회가 자극하는 성공에 대한 지나친 갈망에서 비롯된다는 내용이고, <행복의 비밀>의 후반에는 앞서 이야기한 에픽테토스의 스토아 철학이 압축적으로 등장한다.

독서가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졌지만, 심리치료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불안감이 정상 수준을 넘었다면 전문상담가를 찾는 게 옳다. 하지만 가눌 수 있는 수준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 저자가 제시한 책처방을 받아 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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