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한은 금리 놓고 맞붙나..한은 독립성 침해 우려도
기재부·한은 금리 놓고 맞붙나..한은 독립성 침해 우려도
  • 김은성 기자
  • 승인 2015.12.1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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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통화·물가 등 모든 수단 동원" 선포..통화정책 방향 미리 재단한 셈

[화이트페이퍼=김은성 기자] 기획재정부가 한국은행이 수행하는 물가관리에 개입하는 내용을 담은 정책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금리를 비롯한 한은의 고유업무인 통화정책과 직결되는 의제에 대해 정부 정책방침을 구체화한 만큼 한은 독립성 침해 우려마저 나온다.

기재부는 16일 내년 경제정책운영방향 발표에서 저물가를 탈피하고 경상성장률을 관리지표로 삼는 정책을 제시했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에 GDP디플레이터 수치를 합산한 것이다. 내년에 처음 도입된다. GDP디플레이터는 국내총생산 가격변동지수로 국내서 생산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반영한 종합물가지수다.

◆ 성장률 높이려 물가, 금리 방향 중앙은행에 통보하듯 

기재부는 물가 움직임에 대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 거시정책 차원에서 물가목표를 적정 수준으로 달성하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도 이날 2016년 부터 2018년 까지 물가안정목표치를 2%로 결정했다. 실제 물가가 일정 기간 물가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설명회 개최 등을 거쳐 책임성을 높이기로 했다. 물가상승률이 0%대에 머무는 일이 잦은 상황이라 한은이 물가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을 높이기 위해 한은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금리인하가 유일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물가상승률을 높이고 금리인하 정책수단도 활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예고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로 풀이된다. 정책목표를 이루려면 통화정책 방향에 개입할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술 더 떠 "한국은행이 디플레 파이터로 역할을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해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경상성장률이 목표치가 되면 경기둔화로 실질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물가상승률을 높여야 하는 압력이 세질 수 있다.

“근본적 처방 없이 금리인하 압박 무책임한 행태”

금융시장과 학계 전문가 사이에선 최경환 장관이 주도한 경제정책 방향이 사실상 한은에 금리를 내리라고 요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청한 한 대학 교수는 "가계부채 해결, 재정을 통한 소득재분배 등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근본개혁 없이 임시방편적인 통화정책을 건드리려 하는 것 같다"며 "한은 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금리인하 압박 등의 오해를 살수 있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기에 경상성장률을 중시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겠다고 한 것은 단기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 금리인하라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저물가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물가 수준이 디플레를 우려할 만큼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며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보다 높게 나와 국민이 느끼는 체감성장률과 괴리가 더 커질 수 있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박 연구위원은 "그간 한은이 물가안정에 실패한 데는 저유가 등 외부요인도 컸지만 국내 수요 진작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물가를 끌어올리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한은 독립성 침해 가능성엔 견해 엇갈려

한은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책 연구원 한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저물가를 탈피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한 결과로 적정수준의 물가를 유지하기 위해 정책 방향을 바꾸자는 의미"라며 "경상성장률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쉽지 않아 한은의 권한 축소는 기우"라고 말했다.

반면 한은이 기재부 장관의 요구대로 ‘디플레 파이터’로 변화를 시도할지는 미지수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경상성장률이 물가때문에 하락했다고 금리인하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성장과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하기에 일시적 물가수준에 따라 기계적인 방식으로 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진 탓에 물가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기재부가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를 해서라도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려 나선다면 한은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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