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교수가 쓴 '옛 선비의 책읽기와 메모 열정'
정민 교수가 쓴 '옛 선비의 책읽기와 메모 열정'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1.06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벌레와 메모광>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다. 어쩌면 선인들의 습관이 우리 유전자에 남아있어서일지 모른다. 정약용이나 이덕무를 보라. 그들은 모두 대단한 독서광이자 메모광이었다. 연암 박지원도 같은 부류였다.

<책벌레와 메모광>(문학동네. 2015)은 정민 교수의 신간으로 선인들의 독서와 책읽기 기록을 살폈다. 1부에는 옛 책을 둘러싼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묶었다. 이를테면 100년도 더 된 책의 갈피에 압사당한 채 붙어 있는 모기에 주목한다.

오징어 먹물 이야기도 재미있다. 책에 따르면 오징어 먹물은 쓸 때는 선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주로 사기꾼들이 계약문서에 많이 이용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용서(傭書)’라는 직업도 있었는데 이는 돈을 받고 남 대신 책을 베껴 써주는 일이다. 인쇄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탓에 당시 선비들이 생계의 수단으로 삼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까지도 이를 통해 돈을 번 선비들이 적지 않았다.

2부에는 기록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정민 교수는 메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메모는 사유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다가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적어둔다. 순간 떠오른 생각을 즉각적인 메모로 포획한다. 모든 생각이 다 쓸모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의 씨앗 없이 사고는 발전하는 법이 없다. 순간적인 생각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다가 저 책이 생각나고, 이 생각을 하다가 저 생각이 떠오른다. 그것도 적어둔다. 그런 메모들이 차곡차곡 쌓여 생각에 날개가 달리고 사고에 엔진이 붙는다. 처음엔 막연하고 아마득했는데 메모하면서 정돈하다 보면 생생하고 성성해진다.”

메모를 잘 활용하면 생각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책은 옛사람들의 독서문화와 기록문화를 살핌과 동시에 정민 교수의 맛깔나는 화법까지 더해져 읽는 재미가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