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직원이 일을 못한다고? 주범은 '대형사무실'
[책속에 이런일이?] 직원이 일을 못한다고? 주범은 '대형사무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05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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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우울증과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무기력증)' 같은 직장인들의 정신질환 수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초라할 정도로 작은 인정 때문이다.

<미치거나 살아남거나>(라이프맵.2014)라는 책은 직장인들에게 대형사무실이 스트레스(정신병)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의 커리어 코칭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회사는 정신병원이고, 사장은 이 병원의 원장이며, 상사들은 직원들을 감시하는 간호사(?)라고 말한다. 다음은 그 정신병원 중 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닭은 닭장에서 대량사육하고 직원들은 대형사무실에서 대량사육한다. 좁은 면적에 최대한 많은 수의 개체를 억지로 밀어 넣어 저렴한 비용을 유지하는 거다. 개성의 싹은 보이는 즉시 잘라버려야 한다. 직원은 그저 군중의 하나이다.

대형사무실은 직원들이 일을 못하게 하는 가장 환상적인 장소다. 온갖 음성이 날아다니고 욕설이 난무하며 의자가 삐걱거린다. 커피 잔 부딪치는 소리에 전화기 너머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옆자리 동료의 손톱 깎는 소리, 치과 예약 일정을 한 주만 더 미루기 위해 세 번째로 애걸 중인,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동료의 변명이 가득하다.

대형사무실에선 머리가 놀이공원 회전목마처럼 빙빙 돈다. 상큼한 아이디어는 조용한 전화만큼이나 불가능하다.

노벨상 수상자들이라면 알 것이다. 왜 자신들의 천재적인 발상이 고독한 장소에서 완성되었는지, 왜 지하연구실이나 조용한 서재에서 멋진 아이디어가 샘솟는지.

물론 대형사무실 덕분에 살맛 나는 것도 있다. 감기 바이러스다. 한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모두가 감기에 걸린다. 바이러스는 기뻐 날뛰며 이 책상 저 책상으로 옮겨 다닌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회사는 왜 대형사무실을 고집할까. 두 가지 이유다. 회사의 이윤과 직원들에 대한 통제. 사무실을 잘게 쪼개면 난방비 따로, 조명비 따로, 간판 따로, 다 따로 써야 한다. 하지만 수십 명을 한 사무실에 밀어 넣고 1인당 맥주잔 받침대만큼의 면적을 할당하면 난방비도 적게 들도 조명비도 줄어들고 모든 비용이 떨어진다. 나아가 개성도 줄어든다.

얼른 보면 정신병원의 이익이다. 직원들에게 사적인 공간이 남지 않는다. 사무실을 터서 대형으로 만들자 근무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능률은 뚝 떨어졌다. 직원들의 소통은 활발해졌지만 대부분의 대화는 이런 내용이었다.

“내려.”

“올려.”

“내려.”

“올려.”

“내리라니깐.”

“아, 올리라고!”

물론 난방 온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블라인드의 위치를 두고도 똑같은 논쟁이 벌어졌다. 한쪽은 햇빛을 받고 싶어 했고 한쪽은 그들이 좋다고 했다.” (p.71~p.74)

유머러스하고 조금 과장되었다 싶기도 하지만, 앞으로 이 정신병원 같은 회사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지 염려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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