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도입, 도둑질 직원 감시 위해?' 독일 기업의 비민주적 행태고발
'유니폼 도입, 도둑질 직원 감시 위해?' 독일 기업의 비민주적 행태고발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05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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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한 독일 기업이 폭파 협박을 받고도 직원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 아마도 근무시간을 낭비하느니 직원들이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어떤 기업은 절도 방지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호주머니가 없는 유니폼을 지급하였다. 어떤 상사는 킬러를 고용하는 대신 직접 나서 차를 몰고 노조원을 차로 밀어버리려고 했다. 그것도 회사 주차장에서.” (p.5)

이처럼 정신병에 걸린 회사에서 발생한 이상하고 황당하고, 충격적인 사례들을 들려주는 책이 있다. 독일의 커리어 코칭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 마르틴 베를레가 쓴 <미치거나 살아남거나> (라이프맵.2014)이다. 그는 “어떻게 해야 미치지 않고 ‘회사’라는 이름의 정신병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알려준다.

“독일이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런 말을 덧붙여야 한다. 기껏해야 하루 16시간만 민주주의이다. 나머지 시간, 그러니까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빼야 한다. 그곳에선 논리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사무실이 위층에 있는 사람이 무조건 옳다. 참고로 말하자면, 직원들은 주로 아래층에서 일한다. 정신병원 원생들의 점수는 직원용 주기도문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외느냐에 달려 있다.

“좋은 것은 모두 위에서 내려오나니!”

하지만 거짓말밖에 보도하지 않던 독재 시절의 신문 이름이 “진리(프라우다)”였듯이 회초리를 휘두르는 회사는 주로 “직원을 생각하는 민주적 기업”이라고 떠들고 다닌다." (p.15)

그렇다면 회사에 어떤 정신병이 도는지 누가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할까? 사장이 이성을 잃고 기업이 벽을 향해 돌진하는 현장에는 누가 라이브로 참석할까? 바로 직원들이다. 책에서는 정신병에 걸린 회사에서의 체험담을 직원들의 입을 통해 들려주기도 한다.

“저는 물류창고 정비기사입니다. 처음엔 아무 옷이나 편한 옷차림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퇴근을 할 때 회사에서 우리 주머니를 샅샅이 뒤지는 겁니다. 물건이 자꾸 없어진다면서요. 우리는 그 물건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팀장이 ‘샘플’을 가져간다면서 자꾸 물류창고를 들락거렸거든요. 물론 그 샘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요. 하지만 회사는 우리를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낸 아이디어가 유니폼이었습니다.“ (p.22~p.23)

문제는 유니폼 색이 환한 죄수복 같은 데다 너무 얇아서 속이 훤히 다 들여다보여 민망할 정도였고, 윗옷이고 바지에 주머니가 없었다는 것. 그는 드릴이니 망치니, 각종 정비기구들을 들고 사다리를 올라가야 했다. 그러다 사다리에서 균형을 잃고 기구를 떨어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몇 시간 간격으로 약을 복용하는 직원은 계속 휴게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몇 달 후 언론 보도를 통해 최고경영진 몇 사람이 우리 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뭔가 회사 사정이 안 좋다는 낌새를 챘던 거지요. 이런 ‘내부거래’로 주가는 바닥을 쳤고 회사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습니다.

과연 진짜 도둑놈이 누군가요? 그 사람들은 퇴근할 때마다 주머니 가득 회사 돈을 훔쳤습니다. 그자들에게 내가 입고 있는 유니폼을 입혀야 하는 게 아닐까요?” (p.23)

요즘 같은 세상에 직장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회사를 비판적인 눈으로 뜯어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당신이 가진 가장 값진 자산은 바로 당신의 의욕과 건강, 일에 대한 만족”이기 때문이다.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정신병에 물들 수 있다. 독재자 상사를 욕하다가 어느새 닮아가는 것 처럼 말이다. 당신이 회사라는 이름의 정신병원에서 병들고 일할 의욕을 잃고 발전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직장인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당신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는데 이 책이 아마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독일의 이야기지만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려주고 있어 수긍이 가는 내용이 많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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