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3배 큰 삼성물산을 35% 헐값에 합병 이유는?
제일모직이 3배 큰 삼성물산을 35% 헐값에 합병 이유는?
  • 유수환 기자
  • 승인 2015.06.10 16: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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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4배, 삼성물산 0.5배 주가 차이..미래가치가 운명 갈라

[화이트페이퍼=유수환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삼성간 공방이 법정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이 불합리하다며 자사주 가처분 소송을 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의 쟁점은 합병가치다. 엘리엇을 비롯한 합병 반대론자들은 제일모직 1주에 삼성물산 주식을 0.35주 비율로 합병키로 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제일모직이 고평가 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M&A(인수 및 합병)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합병 후 미래가치를 감안하면 합병가치 산정에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린다.

◆제일모직, 3배 덩치큰 삼성물산을 먹는 형국 

자산 기준으로 보면 제일모직이 3배 이상 덩치가 큰 삼성물산을 먹어 치우는 형국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 : 0.35다. 하지만 올 3월말 기준 자산은 제일모직이 8.4조원, 삼성물산이 29.6조원이다

자기자본으로 봐도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자기자본은 각각 4.7조원, 13.9조원이다.

매출로는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 지난해 매출은 제일모직이 5.1조원, 삼성물산이 28.4조원으로 5배 차이가 난다. 5배 더 많이 돈을 벌고 있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에 인수당하는 셈이다.

회사의 이익과 성장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 역시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영업이익은 2137억원,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은 6520억원에 이른다.

즉 자산, 자본, 매출, 영업이익 모두 삼성물산의 최소 3분의 1, 최대 5분의 1 밖에 되지 않은 제일모직이 오히려 3배 넘게 가치를 인정받아 삼성물산을 먹어 치우는 형국이다.

H증권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자산이 3배 많고 영업이익도 5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오히려 삼성물산 주가가 제일모직보다 3분의 1수준으로 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제일모직의 시장가치는 4배 vs 삼성물산은 반토막  

하지만 1주당 순자산 가치로 보면 삼성물산은 크게 저평가된 상태다. 삼성물산의 1주당 순자산 가치를 보여주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은 9만원대다. 현재 삼성물산 주식가격(5~6만원)은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순자산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가격에 주가가 형성된 셈이다.

반면 제일모직의 주식가치는 순자산의 4배 규모로 거래되고 있다. 제일모직의 PBR은 약 4만3000원인데 반해 주가는 17만~18만원 수준.

H증권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건설사라는 업종 특성 상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합병을 해 버리면 삼성물산 주주들 입장에서 볼 땐 억울할 수밖에 없다”이고 지적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엘리엇의 비롯한 일부 주주들의 반발을 지분승계에서 찾고 있다. D증권사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실적확장 등을 고려하기 보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승계라는 목적 때문”이라며 “일반적인 기업 합병의 행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헤지펀드 엘리엇 등 삼성물산 주주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업 자체 저평가 문제.."미래 성장성에선 OK"

일부 인수합병 전문가들은 매출규모나 자산 차이에도 합병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기업간 합병에서 중요한 점은 합병 후 미래 성장 가능성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회장의 삼남매가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미래 가치가 높기 때문에 덩치가 큰 삼성과 합병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A인수합병 컨설팅 관계자는 “두 회사의 (매출) 규모가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기업 가치에 따라서 합병 비율을 결정한다”라며 "때문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B인수합병 컨설팅 관계자도 “최근 인수합병은 매출보다는 시장가치가 우선 시 된다”며 “인수합병 과정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들 인수합병 전문가들의 주장은 삼성의 해명과 유사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서 기획대로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며 “이는 장기적 성장을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패션, 식료, 바이오사업, 건설사업 등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0일 자사의 주가가 저평가된 것은 대형 건설업계의 공통된 미래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기준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PBR은 삼성물산이 0.67배, GS건설은 0.61배, 현대건설 0.81배, 대림산업 0.50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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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상실 2015-06-13 16:32:27
이재용 상속 위한 꼼수 펴다가 저렇게 된 거지.. 뭐.. 엘리엇도 문제가 많지만... 누구 편도 들고 싶지 않은 논란이지.. 거악끼리의 싸움

대박 2015-06-11 17:11:50
CEO 프리미엄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하는구만, 회사 크기는 3배, 돈 버는 것은 5배 많이 버는데 회사 가치는 3분의 1...이걸 누가 공평하다고 할까...삼성물산 주주들 열받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