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로 체질개선 나선 두산그룹…채권단은 "아직 못 놔준다"
'수소'로 체질개선 나선 두산그룹…채권단은 "아직 못 놔준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12.06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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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확 바꾸려…그린수소 기술개발·블루수소 생산 시동
3조원 자구안 이행 마무리수순
산은 "내년 유상증자 마치면 재무진단 먼저"
사진=두산
사진=두산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두산그룹이 최근 신성장 사업 행보를 잇달아 전개하면서 그룹 체질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맺은 재무개선 약정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 그룹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발걸음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룹 내 '아픈손가락'으로 꼽혔던 두산건설까지 넘기면서 채권단 조기 졸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이를 연내에 달성하기에는 다소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 두산, 울진서 그린수소 기술개발…두산重은 창원서 블루수소 생산 시동

6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은 울진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력기술,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미래와도전 등과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실증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산은 이번 협약으로 울진군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되는 증기를 활용,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고체산화물수전해시스템(SOEC, Solid Oxide Electorlysis Cell)기술 개발에 나선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수전해 기술 가운데서도 고온수전해로 불리는 SOEC 기술은 폐열 등으로 물을 끓여 발생되는 증기를 전기분해하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 가운데 하나다. 일부 상용화된 알칼라인 수전해나 고분자전해질(PEM) 수전해 기술보다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향후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개발이 완료되면 수소 수요지 인근에 SMR을 건설하고 SOEC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대량의 수소 생산과 저장·운송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이달 3일 창원시, 하이창원 등과 ‘창원국가산업단지 수소액화플랜트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협약으로 지난 7월 28일 착공한 창원수소액화플랜트에 고효율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Storage) 기술을 적용한다. '블루수소' 생산을 본격화한 셈이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방출하지 않고 포집·저장하는 CCUS 기술을 활용해 묶어 두는 방식으로 생산되는 수소다. 일반적으로 수소 1kg을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 10kg이 배출된다. 블루수소는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배출하는 '그레이수소' 대비 친환경적이고 기술이 보편화돼 있어 가장 현실적인 수소 생산 기술로 꼽힌다.

두산중공업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액화하는 설비를 구축, 오는 2023년까지 국내 최초의 블루수소 플랜트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하루 5톤의 블루수소와 48톤의 액화이산화탄소를 생산해 각각 수소충전소와 가스 제조 업체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 "두산건설 매각, 채권단 조기졸업 환경"…"추가 개선작업 필요"

두산그룹은 이처럼 수소를 비롯해 해상풍력, SMR 등으로 그룹 사업의 체질을 개선하면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 그룹으로 도약함과 동시에 채권단 관리 체제까지 조기에 졸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산업은행은 연내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을 지원받으면서 재무개선 약정을 맺었다. 같은 해 5월 가장 먼저 골프장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에 팔았다. 이를 시발점으로 자구안 이행에 돌입한 두산그룹은 ▲동대문 두산타워 8000억원 ▲두산솔루스 7000억원 ▲모트롤BG 4530억원 ▲네오플럭스 730억원 등 그룹 자산과 계열사를 연이어 매각했다. 핵심 자산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분 34.97%를 8500억원에 현대중공업그룹에 팔면서 '캐시카우'까지 넘겼다. 체질 개선을 위해 고육책을 쓴 셈이다. 11월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두산 오너일가가 보유 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 증여하면서 6063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두산퓨얼셀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 5442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올해 1분기에는 두산중공업이 7분기 만에 순이익이 흑자전환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시그널을 나타냈다. 이어 3분기에는 영업이익 2431억원, 매출액 3조4607억원을 기록하면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7.6%, 22.7% 늘었다. 이어 지난달 두산건설을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최대주주인 투자목적회사 ‘더제니스홀딩스 유한회사’에 2500억원에 매각, 그룹에 위기를 가져다준 건설사업까지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두산중공업은 이와 함께 1조5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7000억원은 채무상환자금에, 8000억원은 신성장 사업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2026년까지 수소터빈 분야 약 3000억원, 해상풍력 분야 약 2000억원을 비롯해 SMR, 청정 수소 생산·공급, 연료전지, 수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다각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3D 프린팅, 디지털, 자원 재순환 등 신규 사업도 사업화의 속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이 감소하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산그룹이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조기 졸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채권단은 신중한 입장이다. 두산건설 매각으로 퍼즐의 마지막 고리까지 맞췄지만,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두산건설 매각은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며 "MOU 종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내년 초 완료 예정인 유상증자를 포함해 두산중공업이 진행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 결과가 계획대로 원활히 이뤄질 경우, MOU 종결에 대해 외부기관의 재무진단을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의 청약 예정일은 내년 2월 1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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