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핀테크에 지배당할까 '전전긍긍'...오픈뱅킹 마케팅 사활
은행권, 핀테크에 지배당할까 '전전긍긍'...오픈뱅킹 마케팅 사활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2.07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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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치열해진다 ‘고객 잡아라’...오픈뱅킹 이벤트 쏟아내는 은행권
일부 수익 감소, 불가피한 희생..은행권 “기술 배워서라도 도태 막아야”
KB국민은행이 ‘KB오픈뱅킹X아듀 2020’ 이벤트를 오는 27일까지 진행한다.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KB오픈뱅킹X아듀 2020’ 이벤트를 오는 27일까지 진행한다. (사진=KB국민은행)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시중은행들이 ‘오픈뱅킹’(Open Banking)‘ 관련 이벤트를 연이어 쏟아낸다. 고객을 경쟁사에 뺏기지 않기 위함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목적은 핀테크와의 경쟁에 있다. 최근 은행권의 기존 업무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오며 금융권 혁신을 주도하는 핀테크가 개방된 뱅킹 플랫폼 경쟁에서 은행권을 넘어설 수 있다는 위기감도 흘러나온다.

경쟁 치열해진다 ‘고객 잡아라’...오픈뱅킹 이벤트 쏟아내는 은행권

이달부터 제2금융권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시중은행은 오픈뱅킹 홍보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은행 등 대다수 시중은행이 오픈뱅킹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24일까지 ‘오픈뱅킹 산타쏠 이벤트’를 진행한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신한은행 오픈뱅킹 앱 ‘쏠뱅킹’에 다른 은행 계좌를 연결하면 신세계 상품권 5만원권과 커피쿠폰 등 모바일 쿠폰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KB오픈뱅킹에 다른 은행 계좌를 최초로 등록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KB오픈뱅킹X아듀 2020’ 이벤트를 오는 27일까지 진행한다. 참여 조건은 ▲다른은행 계좌 최초등록 ▲마케팅 선택동의 체크 ▲이벤트 응모 등 3가지로, 추첨을 통해 총 54명에 현금 100만원을 지급된다. 이외에도 참여만하면 KB국민 포인트리 3000포인트 및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깜빡했던 비상금 찾고, 깜짝놀랄 혜택도 받자!’ 이벤트를 이달 말일까지 진행한다. 이벤트 대상은 우리 오픈뱅킹 가입 후 타행계좌를 등록하고 마케팅 동의한 고객이며 신청 후 3개월간 인터넷뱅킹·비대면전용상품 창구거래 등 20가지 수수료 면제 혜택을 준다.

하나은행은 자사 오픈뱅킹 앱 ‘하나원큐’에 신규가입하면 커피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중이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내가 소유한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결제·송금 등의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앱 이용자들에겐 간편하고 신속한 금융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편의성이 제고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은행에는 내 고객을 경쟁사에 뺏길 가능성이 확대되는 단점이 있다. 이달부터 농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조만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며, 수신계좌가 없는 카드사의 경우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권의 오픈뱅킹 고객 모시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앞으로 오픈뱅킹 서비스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홍보에 더욱 힘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수익 감소, 불가피한 희생..은행권 “핀테크에 기술 배워서라도 도태 막아야”

시중은행이 오픈뱅킹 이벤트를 쏟아내며 고객 유인에 전력하는 것은 고객을 경쟁사에 뺏기지 않기 위함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목적은 핀테크와의 경쟁에 있다. 국내 최초 비대면대출 시행으로 은행권의 대출 실행 방식에 혁신을 불러온 카카오뱅크처럼 개방된 뱅킹 플랫폼 안에서의 경쟁에서 핀테크 기업에 밀려 우위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은행권에 감돈다.

오픈뱅킹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시중은행과 대형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본격 시행됐다. 이에 앞서 같은 해 10월 10개 은행에서만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총 16개 은행과 핀테크 기업 31곳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오픈뱅킹은 은행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오픈뱅킹 수수료가 도입되면서 폰뱅킹 등 기존 각자 계약 체결 때보다 수수료 수익이 줄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전자금융수수료는 23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1%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8.7% 줄었고 하나은행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으나 하락세는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수수료 수익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오픈뱅킹 조회 건수가 늘어나면서 수수료 부담을 느낀 핀테크 업계는 수수료를 10분의 1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금융결제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중재를 맡은 금융결제원은 최근 은행권이 주장한 3분의 1 인하안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며 은행권은 전자금융수수료 감소 폭을 줄일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오픈뱅킹 수수료 3분의 1은 은행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양보”라면서 “그10분의 1 수준은 그간 고비용을 들여 은행이 만들어 놓은 결제망에 발을 들인 핀테크가 무리하게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오픈뱅킹이 확대될수록 은행권의 수수료 수익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은행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희생할만한 값이라는 게 은행권 중론이다. 최근 금융 흐름 자체가 데이터산업으로 바뀌는 추세에서 전통은행의 방식을 고수해서는 핀테크 기업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조단위 순이익을 내는 은행권에서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오픈뱅킹 수익 감소를 놓고 왈가왈부 하기 보다는 오픈뱅킹을 통해 들어오는 핀테크의 기술력을 배워서 은행이 발전할 생각을 할 때라는 시각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을 둘러싼 은행과 핀테크의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임은 분명하지만 불평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라 도태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대출은 불가능하다는 은행권의 기존 논리를 깬 카카오뱅크의 혁신과 비슷한 새로운 방식이 출현할 수 있다는 예견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조회부터 실행까지 100% 비대면으로 실시하는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계기로 최근 은행권도 신용대출의 경우 비대면 대출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가 전통 은행권이 고수하던 방식을 다 바꿔버린 셈”이라면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혁신적인 방식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은 핀테크의 혁신성을 보고 배우고 더욱 발전된 금융서비스를 보여 줘야 계속 살아남는 산업이 된다”며 “수수료를 감소시켰다고 미워할 게 아니라 넘어서야 할 강력한 경쟁자로 삼고 더욱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은행은 득실을 따지기 전에 금융 소비자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디지털화로의 변화로 영업점 방문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행이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이익 감소를 이유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추세를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란 시각이다.

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의 핵심은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얼마나 편한가’이다”라며 “소비자에는 편의성이 제고되고 은행에는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다만 은행과 핀테크의 경쟁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당국이 조율을 잘 해주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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