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카드사 결산] 총성없는 전쟁터서 ‘선방’...그러나 새해도 먹구름
[2019 카드사 결산] 총성없는 전쟁터서 ‘선방’...그러나 새해도 먹구름
  • 장하은 기자
  • 승인 2019.12.27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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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인하·당국규제...첩첩산중
간편결제 등 향후 업황도 만만찮아
긴축경영 기조 내년에도 이어갈 듯
수료 인하, 금융당국 규제, 간편결제 업체까지 카드사들은 올 한 해 동안 숨찬 한 해를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수료 인하, 금융당국 규제, 간편결제 업체까지 카드사들은 올 한 해 동안 숨찬 한 해를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올해 카드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숨가쁜 한해를 보냈다. 수수료 인하라는 대(大)악재와 카드사에만 유독 깐깐했던 금융당국의 규제, 그리고 치고 들어오는 간편결제 업체까지, 카드사들은 올 한 해 동안 마른수건 짜내듯 긴축경영을 했다.

이러한 기조는 내년에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카드산업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화한데다 지급결제 시장 주도권도 간편결제 업체들에 빼앗기는 등 영업기반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7개 신용카드사의 올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8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3% 소폭 늘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3.9%(4111억원), 삼성카드 2.8%(2827억원), KB국민카드 2.2%(2510억원), 우리카드 7%(948억원), 현대카드 18.7%(1518억원)로 작년보다 증가했다.

반면,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40.7%, 37.8%씩 쪼그라들었다. 롯데카드는 롯데멤버스 해외법인 주식 처분에 따른 손실로 일회성 요인이, 하나카드는 수익구조 다각화가 더딘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수료인하·당국규제...카드사 2019, ‘총성없는 전쟁터’

올 초부터 가맹점 수수료율 정책 방침에 의해 카드사들은 가맹점들에 대한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해야만 했다. 금융당국은 수수료 개편에 대해 “자영업자에 대한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마케팅 비용이 많이 쓰이는 곳에 더 많은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역진성 해소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에선 “금융당국은 소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적극 개입하지만 대형 가맹점과의 조율과정에선 뒷짐만 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카드업계는 올 초 자동차·유통·이동통신사 등 대형가맹점들과 수수료 인상 조율에 나섰으나 현재자동차의 계약해지 통보와 통신사들의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 중단에 백기를 들고 물러난 바 있다.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간 경쟁자로 여겼던 간편결제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적과의 동침’이라 일컫는 이같은 행보는 올 하반기로 진입할수록 확대됐다. 특히 토스와의 마케팅 제휴에서는 비용을 100%까지 떠안기도 했다. 카드사 입장에선 금융규제는 피하고 천만이 넘는 토스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신용카드사는 연회비 10%를 초과하는 경품을 제공할 수 없도록 금융당국 규제를 받고 있지만, 선불전자지급업자인 토스 등 핀테크 업체는 전자금융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현재로선 규제할 만한 법적근거가 없다. 이에 역차별을 주장하던 카드사들이 이제는 오히려 간편결제 업체와 상생을 모색하는데 적극적인 이유다.

수수료 인하 여파에 휘청이던 카드사들이 그럼에도 실적 선방했지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실적 악화가 점쳐졌던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카드사 실적이 오른 것은 각 사마다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얻어낸 결실이다. 즉, 수익성이 확대된 게 비용 감축을 통한 ‘불황형 흑자’라는 말이다.

이는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카드이용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지만, 순익은 오히려 2.7% 감소 것을 보면 실감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카드사의 주 수익인 지급결제액이 감소하면서 두드러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카드이용액이 증가하는데 반해 지급결제 부분에서 마이너스가 났다는 것은 그만큼 수수료 수익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라며 “카드사의 주 수익원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나금융연구소 ‘2020년 금융산업 전망’ 자료를 보면 카드사 결제부문 적자는 지난해(-1000억원)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편결제 등 내년 업황도, 만만찮다...카드사, 긴축경영 기조 내년에도 이어갈 듯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악화를 방어하고자 카드사들은 당초부터 유통업과의 협업을 통한 PLCC 카드 출시, 온라인 채널을 통한 카드 발급 확대, 자동차할부 금융, 해외사업 등 수익원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런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엔 카드산업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영업기반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조성근 연구원은 카드업계의 불확실성에 대해 “지난해 11월 적격비용 재산정 이후 이뤄진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 규제강화가 가장 중대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규제강화가 산업 전반의 신용도를 직접 낮추지는 않으나, 결제부문에서 하락하는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한 여신성 자산이 확대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자산건전성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조 연구원은 “간편결제 사업자에 대한 다양한 혜택 제공, 카드사에 대한 마케팅비용 축소 압박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지급결제 시장 내에서 카드가 보유한 주도적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낸 보고서를 보면, 지급결제 시장 주도권은 이미 기존 금융회사에서 간편결제 사업자에게 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간편결제 사업자별 비중은 전자금융업자가 38%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카드사(34%), 스마트폰 제조사(26%), 은행(2%) 순이었다. 비금융회사의 비중(64%)이 금융회사(36%)의 2배 가까이 높게 나온 것이다. 즉, 소비자의 최종 접점이 카드사 등 기존 금융회사가 아닌 모바일 간편결제 사업자로 이전된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모든 카드사들에서 특히나 공을 들이고 있는 해외사업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전까진 장기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이충열 경제통계학부 교수는 국내 카드사들의 해외 진출에 대해 “현재 사업을 추진하려는 대상이 아직까지 카드가 활성화되지 않은 개도국이기 때문에 여러 활성화 요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이미 경제규모가 큰 나라들은 독자적인 자국 카드 스팀을 구축하려고 한다. 굳이 외국계 카드의 사용에 따른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국내 카드사가 선진국으로의 진출 및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덧붙였다.

(사진=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사진=하나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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