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투자, 아끼지 않는다' 백화점 MD 바꾸는 미코노미족
'나를 위한 투자, 아끼지 않는다' 백화점 MD 바꾸는 미코노미족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4.05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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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ㆍ친환경 등 차별화된 제품 찾는 미코노미족, 백화점 변화 견인
최근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젊은 '미코노미족'을 겨냥해 명품과 리빙, 친환경 제품 등을 앞세운 MD 개편에 한창이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명품 팝업스토어 전경(사진=롯데백화점)
최근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젊은 '미코노미족'을 겨냥해 명품과 리빙, 친환경 제품 등을 앞세운 MD 개편에 한창이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명품 팝업스토어 전경(사진=롯데백화점)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미코노미'족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미코노미'는 2019년을 대표하는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됐다(트렌드코리아 2019, 김난도 외). 미코노미는 자신을 뜻하는 'Me'와 경제 'Economy'가 합쳐진 신조어다. 제러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에 처음 언급됐으며 최근에는 소비의 가치를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시키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기존의 소비트렌드 핵심 개념으로 표현하자면 자신을 위한 투자에 아끼지 않는 포미(for me)족들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트렌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을 위한 소비에 아끼지 않으며, 획일화된 기준을 거부하고 차별화된 기호를 추구한다. 백화점들도 이러한 고객들의 성향에 발맞춰 매장을 리뉴얼하고 제품을 배치하고 있다. 어떤 제품을 진열할지에 대한 고민이 어떤 공간을 조성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나'에겐 고가 명품도 아깝지 않다, 젊은 고객 밀착 마크하는 명품 브랜드들

미코노미족이 늘면서 백화점의 주력 고객층도 달라지고 있다. 구시대에 '구매력이 큰 사모님'들의 전용 쇼핑 공간으로 인식되던 백화점이 젊은 고객과 남성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이 한창이다. 

2030세대 젊은 고객들의 경우 '명품 구매'로 자신에게 투자하는 트렌드가 꾸준히 늘고 있다. 소득수준과 명품 구매량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 미코노미족의 특징이다. 일반 생활용품은 인터넷몰에서 최저가로 구입하는 한편 명품구입이 자신을 위한 투자라고 판단될 경우 아낌없이 지출하는 예가 대표적이다. 이는 좁은 원룸에 살더라도 자가용은 벤츠를 모는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추세 가운데 백화점의 변화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명품 브랜드들이 고객 밀착형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점이다.

접근하기 어렵다 못해 위화감까지 풍기던 옛날과 달리 요즘 명품 브랜드들은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백화점 로비 중앙에 위치하는 일이 흔해졌다. 주요 백화점들에 따르면 특히 젊은층이 명품 소비에 가세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팝업 매장, 일명 '소통 체험형 매장'을 통한 마케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롯데백화점은 샤넬 대표 향수 제품을 본뜬 대형 조형물을 본점 앞에 세우고 매장 1층에서 팝업 행사를 진행했다. 1층 명당자리에 있던 MCM 매장은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보테가베네타 매장으로 교체됐다. 

18일까지는 가방 제품이 100~500만원대에 달하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벨루티' 팝업 스토어를 연다. 개인의 유니크함을 더해주시 위해 현장에서 가죽 상품에 고객이 원하는 타투를 새겨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최근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강남점 1층 중앙광장에 위치한 `더 스테이지` 임대 계약을 맺고 있다. 백화점 측에 따르면 정식 매장이 아닌 팝업 전용 공간임에도 페라가모, 보테가베네타, 디올 등 명품 브랜드들이 임대 계약을 서두른 이유는 다수의 젊은 고객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명품 브랜드들도 자신들의 매장을 벗어나 더 젊은 고객들, 더 많은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최신 소비 트렌드까지 살펴볼 수 있는 쇼룸 형식의 팝업 매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백화점 명품 매출은 매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해외명품 상품군 신장률은 18.5%, 신세계백화점은 20.0%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 역시 2017년 11.3%에서 지난해는 19.1%로 7.8% 가량 명품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명품이 백화점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백화점 명품관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남성 전용 명품관'이다. 

업계에 따르면 20~40대 '그루밍족'이 증가하면서 뷰티 패션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샤넬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가 남성 전용 메이크업 라인을 선보인 데 이어 패션 부문에서도 루이뷔통, 구찌, 올세인츠 등 명품ㆍ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남성 전문 오프라인 매장을 속속 오픈하고 나섰다. 

백화점 남성전용 명품관 외경(사진=연합뉴스)
루이비통 남성 전용관(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부산본점에 루이비통 남성 전문관이 들어섰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올해 봄 MD개편에서 구찌맨을 입점시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압구정 본점에 남성 편집 매장 두 곳을 한꺼번에 열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서울 본점과 강남점에 구찌 맨즈와 디올 옴므 등을 개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천호점 6층과 7층을 각각 남성패션 전문관과 레저스포츠 전문관으로 리뉴얼해 오픈했다. 특히 6층에는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한정판 게임 판매와 실제 게임 체험이 가능한 ‘플레이스테이션 라운지’를 설치했다. 남성 전용 헤어 스타일링과 면도기·왁스·맞춤 가발 등을 판매하는 ‘바버숍’도 꾸렸다.

현대백화점이 판교점에 꾸린 ‘현대 맨즈관’에는 '마제스티'라는 남성전용 프리미엄 이발소가 성업 중이다. 헤어커트 비용이 4만원에 이르지만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기업의 오너와 임원, 연예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숍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특히 30~40대의 호응에 힘입어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시작으로 현대시티아울렛,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롯데월드몰 등으로 까지 입점이 이어졌다. 해당 업체는 한 매체를 통해 일반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독립 지점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별한 '나'를 위한 '기습발매' 운동화에 '만족스러운' 친환경 제품까지   

스포츠용품 매장도 차별화된 제품을 선호하는 미코노미족의 성향에 따라 리뉴얼되고 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은 29일 김포공항점과 노원점에 나이키 메가샵을 오픈했다. 나이키 메가샵은 일반 매장보다 2배 이상 크다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끌지만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매장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QS(한정판, 기습발매 상품), 조던 한정판 상품 등을 취급한다는 점이다. 즉 나이키 메가샵은 대량 생산되는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자신만의 특별한 제품을 사고 싶은 욕구를 총족시켜주는 매장이다.  
 
롯데백화점은 2015년부터 점포의 일반 나이키 매장을 메가샵으로 전환해왔으며 현재 잠실점, 부산본점 등 5개 점포의 매장을 리뉴얼 오픈했다.

롯데백화점 수원점 나이키 메가숍(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수원점 나이키 메가숍(사진=롯데백화점)

각 백화점의 리빙 부문도 미코노미족을 겨냥하는 대표 부문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개인 취향에 충실한 생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구, 가전, 식기 등의 비중을 높여온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오는 2022년까지 대대적인 점포리뉴얼을 예고한 가운데, 리빙관 매장부터 서둘러 오픈했다. 1월에 1차로 문연데 이어 5일에도 2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AI 기반 쇼룸·OLED 터널 등을 조성해 첨단 기술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리뉴얼 오픈한 롯데백화점 본점 '가전·식기' 매장(사진=롯데백화점)
리뉴얼 오픈한 롯데백화점 본점 '가전·식기' 매장(사진=롯데백화점)

이러한 리빙 제품에 이어 최근에는 백화점에 공기정화 식물 스토어까지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식물인테리어가 인기를 끌고 미세먼지 기승에 따른 공기 정화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기정화 식물 대전을 진행중이다.

열대지역의 나무까지 선보여 백화점이 아닌 온실에 온 듯한 느낌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식물의 기능과 관리법까지 일러준다. 자신을 아끼는 만큼 건강도 중시하는 미코노미족을 겨냥한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백화점들은 미코노미족의 만족이 명품이나 소확행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하고 '가치'를 부여한 친환경 상품으로 소비의 만족을 채워주고 나섰다.

지난 2일 롯데백화점은 청바지 전문 자체 PB브랜드인 '에토르' 신상품으로 친환경 워싱 공법을 적용한 '테라피 진'을 내놨다. 

롯데백화점은 환경 보호를 위해 ‘오존 워싱’ 공정을 도입해 물 사용량을 99%까지 절감하고 공정에서 화학물질이 발생하는 현상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통업계들이 '쓰레기 없는 장보기', '제품 생산 지역에 물부족을 초래하는 제품 구매하지 않기' 등 친환경 소비트렌드를 공략하기 위한 발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 PB운영팀 허준석 바이어는 “패션 스타일과 환경 보호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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