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상용화 '세계최초', 사업비는 소비자 몫? 다시금 반복되는 요금제 앓이
5G상용화 '세계최초', 사업비는 소비자 몫? 다시금 반복되는 요금제 앓이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4.04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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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제 승인 반려했던 과기부, '세계최초' 압박에 통과?
너무 비슷한 요금에 이통3사 담합 의혹까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지난 3일 밤 11시 5G 1호 고객을 대상으로 5G 폰을 개통했다. 5G서비스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상용화되면서 요금제가 소비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SK텔레콤 1호 개통 고객들(사진=SK텔레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지난 3일 밤 11시 5G 1호 고객을 대상으로 5G 폰을 개통했다. 5G서비스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상용화되면서 요금제가 소비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SK텔레콤 1호 개통 고객들(사진=SK텔레콤)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5G 스마트폰 개통이 시작되면서 요금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4일 이동통신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11시, 국내 주요 이동통신 3사가 각각 1호 고객들을 대상으로 5G서비스를 개통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기업 대상 5G상용화에 이어 일반 고객 대상 상용화도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달았다며 일각에선 자축이 한창이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5G세계선도'가 결국 관련 장비와 통신망, 관련 콘텐츠 개발비에 이르기까지 '고객에게 떠넘기기'식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5G 상용화 세계최초 타이틀 획득, 비용 출처는 결국 고객 주머니

3일 오후 11시에 이통3사는 1호 고객을 선정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5G스마트폰을 개통했다. 5일부터는 일반 고객을 상대로 갤럭시S10 5G폰 판매를 시작한다. SK텔레콤 1호 고객은 아이돌 엑소(EXO) 멤버 백현과 카이, 피겨 선수 김연아, `e스포츠계 메시` 이상혁(페이커), 31년 최장기 고객 박재원 씨, 뇌성마비를 극복한 수영선수 윤성혁 씨 등 5명이었다. LG유플러스 첫 5G 가입자는 U+ 5G 서비스 체험단 '유플런서'인 모델 겸 방송인 김민영(29)씨 부부다. KT 1호 가입자에는 대구에 거주하는 KT직원의 아내 이지은씨가 이름을 올렸다. 이씨 남편은 독도와 울릉도에서 5G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화려한 글로벌 스타 군단부터 유명 유튜버까지 앞세워 5G서비스 개통을 갑작스럽게 앞당긴 배경에는 `세계 최초 5G 국가` 타이틀이있다. 지난달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11일부터 5G 상용화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뒤 다시 4일 오전 1시(한국시간)로 앞당겨 상용화를 선언했다. 이러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통사, 제조사 등이 협의하에 상용화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목표로 그간 주요 이통사, 단말기 제조업체 등은 5G관련 기술 개발, 커버리지망 구축, 콘텐츠 개발 등에 열을 올려 왔다. 정부도 실질적인 정책과 투자 지원은 차치하더라도 이를 지지하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5G상용화에 투자돼온 막대한 자금이 문제다.

5G상용화 준비기간 막바지였던 지난해엔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이 21.8% 줄었고 KT는 11.4% 감소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홈미디어 실적에 힘입어 유일하게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0.7%, 3.7% 올랐지만 4분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에 비해 54.4% 급락했다.

증권가는 특히 지난 4분기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이 25% 선택 약정 할인으로 인해 매출 감소가 지속한데다 5G 투자 본격화, 마케팅비, 자회사 실적, 5G 광고비 증가 등의 영향을 받아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향후 투자 금액까지 고려하면 각 사는 공식적인 수익 감소를 앞세워 5G투자비를 고객 이용료 인상분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SK텔레콤은 3일 연내 기지국 설치 개수를 7만대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KT도 최근 간담회에서 5일까지 기지국 3만개를 구축하고 연말까지 전국 인구의 트래픽 80%정도를 커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유플러스는 현재까지 1만8000개의 5G기지국을 설치했으며, 상반기까지 5만개로 확대한다. 즉 여전히 관련 장비 구축을 진행중이어서 추가 비용이 지속 발생할 전망이다.

■단말기에 데이터 이용비까지...당분간 가계 지출 늘어날듯  

5일부터는 일반 고객을 상대로 갤럭시S10 5G폰 개통이 시작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각각 5G요금제를 내놓은 상태다. 5G폰과 요금제 모두 LTE보다 더 비싸졌다.

업계의 발표치에 따르면 5G폰은 20만원 이상, 통신비는 최소한으로 잡더라도 2만원 이상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S10의 경우 같은 기종의 LTE 모델(512GB·129만8000원)보다 5G모델이 25만원 정도 비싸다.

3개 통신사의 가장 낮은 요금제가 공통적으로 5만5000원이다. 해당 요금제는 데이터를 8~9GB를 제공한다. 최저요금은 5만원대지만 대부분의 요금제는 7~9만원대에 몰려있다. 고가 요금제는 무려 9만5000원에서 13만원까지 책정됐다. KT는 13만원의 ‘슈퍼플랜 프리미엄’ 요금제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의 최고가 요금제는 월 12만5000원이다. LG유플러스의 최고가 요금제는 월 9만5000원이다.

특히 KT가 8만원, SK텔레콤은 8만9000원대 요금제부터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겠다고 밝혀 무제한 요금제로 고객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졌다. 속도제한이 있는 5G 요금제를 선보였던 LG유플러스도 이를 의식해 부랴부랴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해 공개했다.

5G서비스의 경우 고용량의 콘텐츠 이용과 맞닿아있어 데이터량이 고객들의 선택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손꼽힌다. 이는 이통사들이 당장의 네트워크 과부하 등의 우려를 감수하고 무제한 요금제를 앞세워 고객 잡기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5G가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용화되면서 당분간 가계비에 단말기 구입비 추가와 통신비 증가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5G통신서비스 뒤의 더 큰 그림자, 무한대 5G콘텐츠

개인 소비자들의 통신비 지출은 5G 단말기 구입과 통신 서비스 가입으로 끝나지 않는다. 5G 통신환경에서 최적화되는 각종 콘텐츠 서비스 이용료가 추가된다. 이통 3사가 5G 상용화 시대를 대비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준비해온 만큼 ▲초고화질 미디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게임 ▲커뮤니케이션으로 요약되는 다양한 콘텐츠도 쏟아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준비한 5G 킬러 서비스와 콘텐츠 수가 약 8000개에 달한다. 글로벌 사업자들과 독점 제휴를 통해 해리포터AR, 리그오브레전드, 아이돌방송VR을 제공하는 등 연말까지 VR콘텐츠를 1000개 수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게임 부문에서도 리그오브레전트챔피언스 코리아의 VR, AR버전을 상반기 독점 중계하고 스트리밍 게임 콘텐츠 5종 이상을 독점 제공하며 넥슨의 카트라이더VR도 출시한다.

KT는 3D와 AR기술을 활용한 영상통화 서비스 ‘나를’과 e스포츠 중계전용 앱 ‘e스포츠라이브',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리얼지니팩‘, ’기가라이브TV', '프로야구 라이브‘, ’뮤지션 라이브‘ 등을 선보인다.

LG유플러스는 인기 아이돌과의 데이트부터 웹툰, 스포츠 등을 주제로 한 VR콘텐츠를 출시하며, 아이돌을 AR로 띄워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 외에도 힐링, 여행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로 공세에 나선다.

이러한 서비스는 프로모션을 제외하곤 유료로 제공되는 탓에 콘텐츠 이용을 위해서도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 개인 고객 서비스가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아직 LTE서비스가 병행중이어서 5G관련 콘텐츠 이용자는 주로 AR VR 영상이나  게임 등을 즐기는 일명 '해비 유저'들이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5G가 안착되고 개발자들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함에 따라 결국 더 폭넓게 대중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요금 정책 데자뷰, 2Gㆍ3Gㆍ4G때와 다를 것 없는 5G시대

소비자들은 5G요금 책정 근거가 합리적인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14일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등은 성명을 내고 "이번 5G요금 책정시 과기부가 SK텔레콤의 처음 처음은 반려했지만 결국 5G 세계 최초 상용화 압박에 밀려 SK텔레콤의 인가안을 그대로 통과시킨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통3사가 5G(5세대) 비슷한 요금제를 공개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4G요금제에서도 있었던 '담합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3사의 요금 구간과 데이터 제공량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단체 연맹은 다양한 5G요금제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한편 이통3사가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 근거없는 고가 요금을 책정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지난 2월 27일 5G요금제 인가 신청을 냈다. 과기정통부는 일주일 여 후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를 개최한 뒤 반려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부와 약관심의위원회에서 최저 3만원대 5G요금제 출시를 요구한 것이 알려졌지만 결국 이통 3사의 초저 요금은 5만5천원으로 결정됐다. 시민단체도 2~4만원대 요금제 출시를 강조했지만 역시 무산됐다.

이에 공정위가 나서서 담함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지난 4G 요금제 결정 시에도 아무 조치가 없었던 점을 미뤄 불가능하다는 회의가 뒤따른다.  

성명을 낸 소비자단체들은 특히 '그동안 통신사가 제출한 설비투자 및 공급비용, 예상수익 자료는 모두 현실과 큰 차이를 보였지만 과기부는 이를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인가를 해줬다'면서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촉구했다.  

소비자단체연맹은 정부와 이통사에게 다양한 요금제 책정을 통해 5G요금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사진=소비자단체연맹)
소비자단체연맹은 정부와 이통사에게 다양한 요금제 책정을 통해 5G요금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사진=소비자단체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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