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장 지성규 내정과 함영주 은행장의 연임 포기, 왜?
하나은행장 지성규 내정과 함영주 은행장의 연임 포기, 왜?
  • 박재찬 기자
  • 승인 2019.03.05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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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문가 지 내정자, 글로벌 수익 1위 은행 노린다
함 행장 연임 포기, 금감원과 관계 정리로 하나금융 서열 2위 굳히기
하나금융그룹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하나은행장 자리에 지성규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내정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3연임을 포기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박재찬 기자] 하나금융그룹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하나은행장 자리에 지성규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내정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3연임을 포기했다. 글로벌 전문가인 지 내정자가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해 해외사업 부문에 힘이 실린다면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글로벌 수익을 올리는 은행으로 성장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함 은행장의 연임 포기는 하나금융그룹의 향후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3연임을 포기하고 지성규 글로럽사업그룹 부행장이 차기 하나은행장에 내정됐다. 함 은행장은 연임은 포기했지만 하나금융 경영관리담당 부회장직은 유지한다. 함 은행장의 연임 포기로 하나은행은 그동안 채용비리로 인한 금융감독원과의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게 됐다. 동시에 함 은행장은 하나금융그룹의 서열에서 김정태 회장에 이은 확실한 2인자 자리를 굳히게 됐다.

■ 글로벌 전문가 행장 등판, 글로벌 수익 1위 은행 노린다

지난 28일 하나금융 임추위는 하나은행장 자리에 지성규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내정했다. 같은 날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은 연임을 포기했다. 업계는 지 부행장의 내정에 대해 의외의 발탁이라는 반응과 함께 그가 글로벌 전문가라는 점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유력 은행장 후보 중 글로벌 전문가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정도뿐 이었다.

지 내정자는 지난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해, 2001년 홍콩지점 부지점장, 2003년 심양지점장을 거쳐 2007년 하나은행 중국법인 설립단 부단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4년에는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 중국법인 통합을 이끈 후 2017년 말까지 KEB하나은행 중국법인장으로 지냈다. 현재는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과 지주 글로벌 총괄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지 내정자는 2001년 홍콩 근무를 시작으로 16년간 중국 등 해외에서 근무해 글로벌 사업부문을 이끌며 수익성을 높이고,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 그가 취임할 경우 하나은행의 해외사업 분야에 힘이 크게 실릴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수익의 40%를 해외에서 거둔다는 ‘2540’ 전략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전략 목표의 기반을 다진 것도 지 내정자다. 하나은행은 전략 지역에 파견직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제휴를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지 내정자가 이끈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영업점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지 내정자의 취임으로 해외사업 부문에서 힘이 실린다면 하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글로벌 수익을 올리는 은행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 하나금융 지배구조, 함 은행장 서열 2위 굳히기 승부수

지 내정자가 오는 3월 말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해도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의 하나금융지주 경영관리담당 부회장직은 올해 말까지 유지된다. 또 지 내정자도 올해 초 선임된 하나금융 글로벌총괄 부사장 자리도 겸직할 예정이다. 결국 3월 말부터 지 내정자와 함 은행장은 하나금융에 함께 지내게 된다.

앞으로 하나금융 지배구조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나금융은 지난 2002년 이후 은행장이 지주사 회장으로 올라가는 승계 구도를 만들었다. 김정태 현 회장은 4년, 김승유 전 회장은 8년간 하나은행장을 맡았다. 김정태 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까지다. 만약 함 행장이 3연임에 성공했다면, 강력한 차기 회장 후보까지 오를 수 있었다.

물론 함 행장이 연임을 포기했음에도 아직 가장 강력한 차기 회장 후보임은 틀림없다. 함 행장이 하나은행을 떠난 뒤에도 내년까지 하나금융 부회장직을 유지할 것이고, 하나금융 서열도 김 회장과 함 행장 순에 자연스럽게 정리될 전망이다. 2021년 회장직에 물러난 김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들어가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에도 함 행장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함 행장의 연임 포기는 김 회장의 연임부터 이어온 채용비리로 인한 금감원과의 갈등을 끊는 동시에 하나은행의 세대교체의 청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함 행장은 3연임을 포기했지만, 이번 함 행장의 선택이 오히려 하나그룹 내 서열 2위 자리를 더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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