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합병 출항... 정문국 사장, 첫 ‘암초’ 만나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합병 출항... 정문국 사장, 첫 ‘암초’ 만나
  • 박재찬 기자
  • 승인 2018.12.28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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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생명 노조, 구조조정 전문가 사장 내정에 거센 반발
서로 다른 체질 ‘신한-오렌지’ IFRS17 도입 앞두고 합병 속도 내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로 정문국 현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추천됐다. (사진제공=오렌지라이프)

[화이트페이퍼=박재찬 기자]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로 정문국 현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추천됐다. 이에 신한생명 노조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정 사장 내정 추천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편 이번 정 사장 내정으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은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 인수에 성공한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생명의 차기 사장 내정자로 오렌지라이프 정 사장을 추천했다. 오는 2022년 새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을 앞두고 서로 완전 다른 체질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서둘러 합병을 진행할 전망이다. 양사의 첫 번째 걸림돌은 신한생명 노조의 거센 반대로 예상된다.

외국계 생보사 3곳 사장 역임한 전문 경영자

정문국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는 지난 2007년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의 사장을 시작으로 ACE생명(현 처브라이프생명) 사장과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사장까지 세 곳의 외국계 생명보험사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인물로 생보업계에서는 그를 ‘직업이 사장인 사람’이라고까지 부른다.

정 사장은 오렌지라이프의 상장과 사명변경, 국내 최초 애자일조직 도입까지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영업 실적도 크게 향상됐다. 지난 2017년 순이익 3402억 원으로 전년인 2016년보다 41.3%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3분기까지 2651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와 비교해 3.0% 줄었지만 생보업계 전체로 실적으로 봤을 땐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를 나타내는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 3분기 438.06%로 업계 평균 241%를 크게 웃돌았다.

구조조정 전문가를 반대하는 신한생명 노조

정 사장은 보험업계에선 ‘구조조정 전문가’로도 불린다. 그는 1984년 제일생명에 입사해 구조조정팀에 근무했다. 이후 인수합병 컨설팅회사 허드슨인터내셔널어드바이저를 설립하고 한국법인 대표를 맡았고, AIG글로벌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자리를 옮겨 국내 보험사의 인수합병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 2008년 알리안츠생명 사장으로 재임했을 당시 성과급제 도입을 추진하며 노사갈등으로 234일의 업계 최장 기간 파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사장으로 부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임원·부서장급을 비롯한 전체 직원의 30%가 희망퇴직 했고,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통해 부서를 통폐합했다. 현재도 오렌지라이프의 직원 수는 계속 줄어 정 사장 취임 당시 1천 명 이상이었던 직원은 올해 3분기 말 749명으로 감소했다.

신한생명 노조는 차기 사장에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추천된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오렌지라이프와 합병과정에서 구조조정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신한생명보험지부(이하 노조)는 지난 24일과 26일 투쟁소식지와 성명서를 통해 정 사장의 내정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2016년 부임한 이병찬 대표이사와 함께 보험영업 체질개선에 성공해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회사 재무건전성 회복을 이유로 외부인사 발탁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신한생명은 당기순이익이 상승하는 등 경영성과데도 불구하고 임기도 끝나지 않은 외부인사를 차기 대표로 내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 사장은 가는 곳마다 강압적 구조조정을 했다”며 “선임을 철회하지 않으면 반대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2022년 도입예정인 새국제회계기준(IFRS17)도입을 앞두고 신한생명은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표=화이트페이퍼)

신한-오렌지, 속도 내는 ‘합병’, 첫 걸림돌 ‘신한생명 노조’

오는 2022년 도입예정인 새국제회계기준(IFRS17)도입을 앞두고 신한생명은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자산규모는 각각 31조원과 32조원이고, 신한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92억원, 오렌지라이프는 2651억원이다. 특히 지난 3분기 지급여력(RBC)비율은 신한생명 174%, 오렌지라이프 440%로 차이가 크다.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와 합병한다면 특별한 자본확충 없이도 새 제도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완전한 합병이 만만한 일만은 아니다. 두 회사의 체질이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신한생명은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인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외국계 특유의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또한 영업조직, 주력 상품 특징 등도 양사는 차이가 크다. 보험업계는 양사의 체질개선을 통한 빠른 합병을 위해 정 사장을 신한생명의 사장으로 내정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아직 공석으로 있는 오렌지라이프 사장 자리에는 신한금융의 인사가 유력하다는 후문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신한생명은 전략적으로 자본확충 대신 인수합병을 통한 수혈을 택했다”면서 “양사가 제도 도입 전 합병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지만, 가장 첫 걸림돌은 신한생명 노조의 정 사장 내정자의 취임반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신한생명의 사장 내정으로 양사의 합병은 더 속도를 낼 것이다”며 “합병과정에서 양사의 서로 다른 조직문화가 어떻게 합쳐져 시나지가 날 지가 관전 포인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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