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모빌리티 대전환 보여준 CES…완성차 업체 지위 '흔들'
車→모빌리티 대전환 보여준 CES…완성차 업체 지위 '흔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3.01.10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에서 모빌리티로 과도기
현대차그룹,작년 발표한 소프트웨어 대전환 대표적
글로벌 빅테크부터 이동통신사까지 차산업 '눈독'
"이제는 '융합'…車 회사도 자체 소프트웨어 필수"
사진=
소니혼다 모빌리티의 새 전기차 '아필라(AFEELA)' 콘셉트카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자동차 산업이 '모빌리티'로 바뀌는 과도기에 놓여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 폐막한 'CES 2023'은 이 같은 트렌드가 집약된 장으로 기록됐다. 자동차 업계와 다른 업계의 협업도 이젠 자연스러운 '융합'으로 자리 잡았다. 완성차 업계가 모빌리티 대전환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체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차별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 2030 모빌리티 산업 규모 1800조↑

전통의 내연기관 차량 제조사들이 아닌, 새로운 업체들의 차산업 진출은 더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테슬라'는 물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구글', '아마존'등도 차산업에 뛰어들었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에서 '모빌리티'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모빌리티 산업 규모는 날로 확장하고 있다. 10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30년 1조5000억달러(약 1865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일찌감치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발표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대전환'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진화하는 자동차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 물류, 쇼핑, 레저, 숙박 등 다양한 업계 협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11월에 개최한 HMG 개발자 컨퍼런스에서는 딥러닝 기반 라이다 인식 자율주행 기술, 중앙 집중형 플랫폼 제어기 소프트웨어 내재화, 서비스로봇의 구동 알고리즘 등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모빌리티'를 강조했다. 그는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도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자율주행, 미래 모빌리티, 로보틱스, 에너지, 신소재 등 신사업 계획을 구체화했다.

■ MS·소니·구글·아마존…SKT도 모빌리티 가능성 내비쳐

지난 CES 2023의 화두로도 꼽힌 '모빌리티'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인 완성차 업체들과 전혀 다른 이종 산업의 시장 진출과 협업을 보여줬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CES에서 협업 공급망, 개인화된 차내 경험, 소프트웨어 기반 자율주행 차량 혁신 등 완성차 업계와의 협업 사례를 소개했다. 생산에서 납품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간소화하고 공급망 전체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MS 공급망 플랫폼'(DNTA), 전 세계에 위치한 공장을 클라우드로 연결해 공급 투명성을 강화해주는 'MO360 데이터 플랫폼'(메르세데스 벤츠), 소프트웨어 기반 디지털 모빌리티 서비스 '얼티파이 플랫폼'(GM) 등이다. 이탈리아의 완성차 업체 피아트는 MS의 플랫폼 '애저'를 활용한 가상의 자동차 영업점 메타버스 쇼룸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미지=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일본을 대표하는 가전제품 업체이자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영위하는 소니는 혼다와 합작해 전기차 '아필라'를 공개했다. 소니는 자율주행에 더해 증강과 친밀감을 키워드로 제시해 '아필라'를 소니의 게임·영화·음악·가상현실 등을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아마존은 자체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인 알렉사를 아우디와 BMW, 도요타 자동차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도 자동차 디지털 키를 공유한 가족 등 지인이 다가오면 차량이 스스로 문을 열어주고, 주행 중 여러 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소개했다.

■ "완성차 업체 '슈퍼갑'이던 시대는 갔다"

IT기업이 완성차 업체와 협업해 차량 관련 신기술이나 플랫폼을 선보였다면, 미래 모빌리티로 떠오르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선보인 회사도 있었다. 국내 이동통신사인 SKT다. SKT는 SK그룹 전시관에서 'UAM 가상 체험 시뮬레이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들은 승객 4명이 탑승하는 실물 크기의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좌석에 올라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해 2030년 미래 부산의 풍경을 감상했다. 이와 함께 SKT는 UAM 항공기에 자체 개발한 '사피온' 반도체를 탑재하고 가상 발전소 기술을 바탕으로 UAM 착륙장인 버티포트의 전력 수요까지도 잡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모빌리티에서는 전혀 생소한 통신사의 이 같은 행보는 모빌리티 산업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협업이 더이상 이종 산업 간 결합이 아닌 '융합'이라고 강조한다. 자동차를 비롯한 모빌리티가 과학 기술의 총합이라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가전제품, 엔터테인먼트, 스마트폰 등이 모두 자동차와 연동된다"면서 "이제는 자동차가 아닌 '모빌리티'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합종연횡, 이종과의 결합이 아닌 '융합'"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산업이 모빌리티에 몰리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지위가 자연스레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자동차 업계에겐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다. 산업의 규모는 커졌지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단순히 제조만을 전문으로 하는 하청 기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이 '슈퍼갑'이었던 시대는 끝났다"며 "제조사들도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개발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